Fantasma 구십 두 번째 이야기, 설렘
설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흐릿해지곤 할 때면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한다. 너의 모든 게 좋았던 그 순간들을. 너와 나의 손이 자연스럽게 스치던 순간들을. 여름날의 태양은 너무도 뜨거웠지만, 맞닿은 너와 나의 손의 체온도 못지않게 뜨거웠지만, 더 뜨거웠던 게 있었다. 그건 너를 향한 나의 설렘의 감정. 그렇게 뜨겁던 설렘의 감정이 지금은 차가운 색으로 변해 버릴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는 게 실감 나지 않지만 한 가지는 알 것만도 같다. 내가 너에게 품었던 새빨갛던 설렘을 너는 내게 품은 적이 없다는 걸. 그래서 설렘의 색은 변하고 말았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