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항해유람이 끝나고

by 환희

2016년 7월 15일에 프랑스 브르타뉴의 섬들에서 시작해 3일에 걸쳐 비스케이 만을 건너 스페인에 도달, 스페인의 여러 크고 작은 항구도시들을 여행하고 다시 3일이 걸려 8월 18일, 모항에 돌아오고 일주일 후에 바라미를 되팔고 8월 31일 낭뜨에 돌아오고 이사를 하고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며 살고 있다.


여행 중 해 두었던 메모들을 보며 연대기 순으로 포스팅을 하고자 했는데 잘하고 싶은 욕심과 부담과 게으름으로 한없이 미루기만 하다가 보여주는 거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정말 느낀 것들을 하나씩 꺼내보고 소화시켜 보려 순서 상관없이 다시 써보려 한다.




학생 때 이후 이렇게 월-금 9to5 세상 규칙적인 생활을 해 보긴 처음이다. 심지어 도시락도 싸서 다니니 정말 학생 때로 돌아간 느낌이다. 나는 이 곳에서 식물과 꽃을 탐구하고 있다. 꽃 위주이고 식물은 곁다리인데 식물에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되어 언젠가 내가 배운 식물들을 원산지에서 보고자 항해 유람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항해유람 후 1월 중순에 3박 4일간의 여행을 떠날 기회가 있었다. 파리에 한 번 다녀오는 기차비보다 조금 더 싼 가격으로 낭뜨에서 리스본행 왕복 비행기표를 샀다. 사실 비행기표를 살 때 신문물에 점점 뒤처지는 나와 바티는 싸도 너무 싼 가격에 사이트 정책을 꼼꼼히 다 읽어보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반신반의하며 함정이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으로 표를 끊고 비행기에 오르니 엔진 작동에 문제가 있다고 확인을 해야 한다며 무려 2시간 40분을 기다리게 했다. 우리가 운이 없었던게지..


스무 살 때 처음 비행기를 탔던 이후로 꽤 여러 번 짧고 긴 비행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항 가는 길은 여전히 설레고 긴장된다. 긴 기다림 끝에 비행기가 떴고 열심히 창 밖을 내다보며 경이로워하는데 내 앞에 앉은 꼬마 역시 창문을 바라보며 가지고 있던 태블릿 pc로 찰칵찰칵 네댓 장 정도 사진을 찍더니 이내 태블릿 pc로 눈을 돌려 전자음이 나는 게임을 이어서 했다. 저 아이의 너무나도 쿨하고 대수롭지 않은 듯한 태도에 나와의 세대차이가 창 밖에 끝없이 펼쳐진 헤아릴 수 없는 구름들만큼 많이 나겠구나 하는 걸 느낀 순간이었다. 나를 비롯한 어른들만이 창 밖의 풍경을 더 자세히 보려 고개를 내밀뿐이었다.


지난여름 우리가 배를 타고 직선 코스로 57시간이 걸려 건넜던 그 바다를 비행기로 건너니 1시간이 걸렸다. 떠나기 전 100유로치의 장을 보고 20L들이의 석유를 채우고 50L의 물 저장고와 여분의 15L, 30L 들이 수통까지 가득 채우고 이제부터 3일 정도가 걸릴 거라고 아무리 들었다 한들 항해유람 초짜인 나는 한 번에 7시간 이동이 내가 경험해 본 최대치였기에 감도 오지 않았고 완벽한 준비를 마쳤다기보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준비를 했더랐다.


항해유람을 한다고 했을 때 겁나지 않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었는데 극한 스포츠도 아니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내게는 겁 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막상 저 질문을 한 이들도 정확히 뭐가 겁이 나는지는 몰랐다. '미지의 것'에서 오는 두려움을 말했던 거 같다. 내 주위 아무도, 다 가르쳐 준다는 지식인에서도 3일간의 항해에는 뭘 준비해야 하나요? 에 아.무.런. 답변도 줄 수없기에 그저 내가 겪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 방향으로 3일 내내 순풍이 불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매일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주시하다가 적기에 출발한 거였고 바다는 큰 이변 없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우리가 떠나온 섬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곳엔 우리뿐이었다. 정확히는 '보이는' 혹은 '움직이는' 생물체는 우리뿐인 세상이 펼쳐졌다. 사방 360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조금씩 나아가는 우리를 태운 바라미와 나와 바티뿐.



7월 25일 노트.

3시가 좀 넘어 1시간 반 동안 아무 꿈도 꾸지 않고 기분 좋게 일어나서 선실을 나오자마자 바티는 "여기가 바로 물의 사막이야, océan이라 불리는"이라고 하며 나를 맞아 주었고 그 순간 내 눈 앞에 펼쳐진 것은 거대한 세트장 안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은 바다와 파도와 구름뿐인 광경이었다. 그것들은 너무나도 일률적이고 완벽해서 누군가 조성해놓은 장면 scène 속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20160725_083002.jpg









keyword
이전 08화'아름다운 섬' 탐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