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ar away from Dec 11. 2020
색칠을 하는 널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날 보더니
앞이 두 개 빠진 입이 하트로 변하더니
활짝 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순간 쓰나미같이 밀려오는 아찔함에
머릿속이 하얘지며 귓속이 윙윙 거린다
내 몸과 마음속에 모든 단단한 것들이 한순간에 허물어져
나이 들어 딱딱하게 굳어지고 무뎌진 것들이 모두 녹아내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심장이 쿵쾅쿵쾅
너무 좋으니 다가가서 안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겨우 놀란 마음 추스르고
자려고 누운 너와 눈이 마주친다
날 향해 또 미소 지으며
나에게 두 팔을 브이자로 펼쳐 안아 달라는 너
순간 온 세상 흑인 백인 남녀노소를 구분할 것 없이
크고 작은 모든 사람이 큰 모자이크에서 작은 모자이크들로
넓게 펴져 나에게 두 팔을 벌린다
넌 내가 아는 가장 큰 세계
너의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가
그간 나의 모든 것들과
내가 아는 세상의 모든 커다란 것들을 압도하여
작고 보잘것없이 일그러뜨린다
솜사탕처럼 달콤한 네가 순간 녹아버릴까
생크림보다 부드러운 네가 미끄러져 달아나버릴까
밤새 매만지고 몰래 손잡고 잠들기를 반복하지만
간절함과 애틋함은 끝을 모른 채 커져가고
너에 대한 갈증은 바닷물을 먹는 것처럼 더해간다
내게 온 천사
네 주변엔 모든 무생물들도 환희에 가득 차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