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ar away from Dec 27. 2020
내게 절망이란
쉽고 가벼우며, 때론 상상 속의 것만으로도 강력하다
견고한 것 같던 희망을 좀먹어
그 이름으로 바꾸는 데에는 작은 망상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절망이며
절망은 나이며
그는 불안감에서 싹튼다
불안이란 나의 오랫동안 쌓아온 사상, 경력, 믿음, 모든 인간관계에 우선하여 날 고립되게 만든다
그 불안이란
때론 무척 현실적이며
때론 무척 비현실적이고
때론 망상일 수 있지만 현재가 되기도 한다
그 모든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불안은 잘 알고 있으며
절망은 그 불안을 이용하는 법을 안다
난 무엇에 기대어 돈을 벌며
무엇으로 미래를 기약하며
무엇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가?
내가 적대시하는 것들을 과연 난
적대시할 수 있는 것일까?
미약한 가난함의 그림자가 달빛에 그늘진다
차가운 그 그림자는 시간이 오래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굳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