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시

거꾸로 돌아가 그저 수그릴 뿐이지만

by Far away from

네가 너무 그리워 몇 번씩 그때를 떠올려 본다

과거의 나에 대한 향수일까

진정 너에 대한 그리움일까


시간이 무척 많이 흘러

행여 너를 다시 만나면 나

네게 어떤 모습일까 거울을 들여다본다


단장하는 것을 오래 잊고 지낸 게 확실한 얼굴

자유롭게 사방을 향해 삐져나온 흰머리

초점 잃은 눈빛. 근육 빠진 몸매


거울이 날 들여다보는 것도 부끄러워

서둘러 고개를 돌린다


과거의 향수로 남아있는 듯한

몸에 배어있는 자존감의 기운이

애써 나의 어깨를 들어 올려주어 나는 서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만성 피로와

인정을 받고, 혹은 질타를 받으며 버텼던 하루의 기억이

의미 없는 조각들로 기억 속에 널브러져 있다


술.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책. 그리고..

과거에 무척 날 깊이 탐구하게 했던 많은 것들이

그저 흐릿하게 현실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온갖 현실의 희로애락과 갖은 마음에 드는 것 들지 않는 것들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아 알 수 없는 내 주변의 수많은 것들이

내게 너무 소중하지만 지극히 제한된 표현만을 해야만 했던 많은 것들이


때론 나타났고 때론 사라졌던

나타나고 사라질 때 그저 바라만 봐야 했던

나의 그 시간과 존재의 향기와 잔상들이..


난 그저 거꾸로 돌아가 수그리며 무엇을 기다린다


매를 때리면 맞을 것이지만

포옹을 해주면 받을 것이지만..


오랫동안 반복되었던 익숙한 공간에서

익숙한 언어들과 행위들이 가득했던 곳에서


난 어색하게 덩그러니 혼자 남아

온갖 낯선 것들에 포위당한 것처럼 어색한 모습으로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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