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ar away from Oct 16. 2023
가볍게 걷다가 마주한 깊은 가을
헤아리기 힘든 깊이에 걸음을 멈춘다
나무도 낙엽도 하늘도 모래알도
모두 가을에 주어진 숙명이라도 찾겠다는 듯이 제각각
빛으로 깊어지고
모습으로 깊어지고
향과 바람으로 깊어진다
그것들을 대할 때면
나날이 짧아지는 숨도
저절로 깊어져
크게 한숨이 쉬어진다
무엇을 찾고
어디를 걷고
왜 흘러가는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지
수많은 존재들은
어떤 대화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가을과 어깨동무하여
깊어질 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