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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Oct 07. 2018

집 잃은 강아지

얼마전 방문했던 지방의 한 사과가게에서 만난 집 잃은 강아지가 있었다.


사과가게 아저씨 말로는 그 강아지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났다고 하였다.


강아지는 외출을 했다가 집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주인이 버린 것일까?


가을이 되면 보이지 않던 동물들이 보이곤 한다.

강아지나, 고양이 등..

그 보이는 모습은 이렇게 길 잃은 모습이거나 배고프고 추워서 무언가를 뒤지는 모습이거나..

혹은 정말 보고싶지 않지만 도로사이를 횡단하다가 비명 횡사 한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함께 살던 가족과 떨어진 동물들은 보통 시련의 시간을 보낸다.


얼마전 들은 라디오에 따르면 이렇게 혼자가 된 애완동물들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고, 국가기관으로 이관된 동물들은 주인을 수소문 하다가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보통 안락사의 수순으로 간다고 한다.


옛날에는 애완동물의 천적은 흔히 말하는 '개파슈~' 라는 확성기 소리로 대표되는 개장수들이 유일한 줄 알았는데..


돌봐줄 이 없는 동물들은 개파슈에게 잡히든. 국가기관에 이관되든. 홀로 야생을 헤매다 차에 치이든.. 살아남을 확률이 무척 낮은 것 같다.


사과집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놀던 강아지가 생각난다.


정에 굶주렸는지. 우리가 맘에 들었는지..

우리 가족을 졸졸졸 쫓아다녔었는데..

둘째는 그게 무서워 도망다니곤 했지만

분명 우리를 헤치고 싶어 따라다니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 강아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렸을적 키우던 강아지들을 어떤 이유에서든 모두 떠나보내고 난 뒤

동물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으려 다짐했는데..


잠깐 봤던 강아지에게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 한 듯하다.


유독 애완동물들 뿐일까?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가족을 벗어나면 야생이고..

함께 하는 가족까지도 이해관계로 인해 돌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누가 누구를 불쌍히 여기고 누가 더 낫고 못하고를 따지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그치만 나의 인생에 각각의 사연과 아픔을 가진 수많은 존재들을 만났을때 기쁨, 슬픔, 안타까움 등의 감정들이 들곤 한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집 잃은 강아지를 볼때마다 울타리를 더 견고히 하고 내가 품은 것들을 더 소중히 지키려는 생각이 강해진다.


울타리 밖의 것들을 배척하는 것이 아닌 울타리 안의 것들을 더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함이지만, 결국 전자나 후자가 다 같은 것이 아닌지에 대한 자괴감에선 벗어나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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