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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Oct 09. 2018

사는 삶과 살아지는 삶

옆 차선의 차가 앞차와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서 멈춰있다.


'무슨일 있나?'

차 창 밖으로 살며시 들여다보니 무척 피곤해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타고 있다. 머리를 의자에 기댄 채 한참을 쉬다가 정신없이 핸드백에 있는 서류를 꺼내어 보내가 조잡스럽게 빨대가 꽂혀있는 음료를 들이마시기를 반복한다.


앞차와의 간격따위를 신경쓸 여력은 없어보였다.


왠지 모르게 몰입하여 그녀를 보고 있던 그 순간.. 정신없이 살고 있는 나의 삶을 멀리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멍한 기분이 든다.




나의 정신은 훨훨 날아서 하늘 높은데로 올라간다.


'이 곳에선 태어나는자와 죽어가는 자들을 내려다 볼 수 있어. 태어나는 자는 초록색 연기처럼.. 죽어가는 자는 빨간색 연기처럼 피어오를꺼야.'


지구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빨간색 연기와 초록색 연기들이 마치 식사때가 되어 밥을 지어먹듯이 피어오른다.


'삶이란 무엇일까? 죽음이란 무엇일까?'



생각에 잠기다 보니 나의 앞 차도 신호가 바뀌어 출발한지 오래다. 옆의 아주머니 차도 이미 가고 없다. 이런 나를 이해하고 있기라도 한듯이 내 뒤의 차들은 경적을 울리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또다시 쫓기듯 앞차와 뒷차와의 간격 사이에서 내게 할당된 조그마한 공간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그 곳에선 해야 할것들이 너무 명확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내 자유의지는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


어쩌면 살아지는 삶으로 인생의 대부분을 채워가고 있는 우리. 사는 삶을 위해 선택한 것들도 이내 시간이 지나면 살아지는 삶의 페이지를 채우게 되고 만다.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단 한가지는 할 수 있는 최선이 '오늘이 마지막인것처럼'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각나는 최대한의 행복을 위해 선택하고, 단 하나라도 자유의지에 의해 행해라.


또 다시 내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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