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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Dec 22. 2018

귤의 메시지

2003.12.22cy

2000원에 40개짜리 귤..

그중 한개의 귤이 나에게 말한다.


"저는 맛있는 귤이에요"


황당한 마음에 내가 말한다.


"그래봐야 넌 2000원에 40개짜리 싸구려 귤이야"


귤이 분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나는 당신이 구멍난 싸구려 시장표 양말을 신고 있는걸 알아요~ 그렇다면 당신은 그정도밖에 안되는 인간인가요?"


당돌한 귤이다. 하지만 나는 할말이 없어진다. 겨우 생각을 정리해 한마디 한다.


"그거랑 그거랑은 다르지.. 넌 귤이지만 난 사람이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난 내 옆에있는귤들과 크기만 같을 뿐이에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를 이 옆에있는 맛없는귤들과 나를 같이 취급하고 있어요. 단지 크기만으로 말이죠!"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니? 작고 탐스러운 귤아.."


"저를 드세요. 하지만 여느 사람들처럼 <어라? 싸구려 귤이 맛이 좋네?>라는 스쳐가는 생각만으로 절 잊어버리지 마세요. 저를 드시면서 당신의 위치에 대해서 생각할수 있는 시간을 가지길 바래요"




'아.. 귤이 사람보다 낫구나..'


나는 그 귤을 먹었다. 귤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난 귤을 먹으면서 그런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하고 잊어버리곤했어. 단지 남들과 조금 달랐다면 주황색을 좀더 좋아하는것밖에 없었던것 같군..'


귤을 먹고나서 생각했다.


사람은 어떤 소속이나 틀안에서 생활한다. 벌써 어렸을적부터 등수가 갈리고 능력이 평가되고하면서 귤들이 크기로 분류되는것처럼 분류되어서 사람들에게 다루어진다.


하지만 귤은 크기와 산지로만 분류되는 대신에 사람들은 그것들을 포함한 많은 조건들로 분류된다.


그런 분류속에 가둬둔 틀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 적어도 나 개인에게 그런 틀은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타인을 보는 시선에서의 틀을 버리려 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필요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평가되는 순간 그정도의 사람으로 보여지는것 아닐까?.. 그렇다는것을 내가 느꼈다면 타인에게도 예외가 아닐거라고 본다.

 오늘 받은 귤의 메세지.. 귤은 내게 비타민과 수분뿐만아니라 정신적 성숙에도 기여했다. 때로는... 우리가 이용하는 도구들에게서도 본받을 점이 있지 않을까?


잘난 사람만을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싶다.


그대... 오늘 이 귤보다 더 존경스럽고 소중한 존재로 내게 다가올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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