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배 전국 배드민턴 대회(16.05.22)
지난주말엔 배드민턴 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또 대회가 나가고 싶어 근질근질하던 나는 주니어 선수 출신이던 클럽 형님께 러브콜을 하여 함께 참가하게 되었다.
대회 시간보다 다소 일찍 가서 사람들을 둘러보았는데 온통 잘하는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음을 비우고자 다짐했지만 어디선가 욕심이 다시 꿈틀거리고, 욕심으로는 이길수 없다 생각해보지만 그 생각조차 욕심이라는 사실에 다시금 허망해진다.
긴장된 가운데 경기에 들어갔다. 다소 만만해보이는 상대.. 대진운도 좋고 파트너 컨디션도 좋아보인다. 나만 잘하면 되는데.. 실수의 연속! 상대편을 자멸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결국 2점차이로 역전패 하고야 말았다..
쓸쓸히 돌아서 나오는데 민재가 내 손을 꼭 잡고 가슴팍에 안으며 연신 뽀뽀를 해댄다. 아직 키 작은 민재가 서있는 내게 해줄수 있는 최고의 스킨십..
'아빠 이겼어?'
'아니.. 졌어..'
'아빠 괜찮아. 잘했어. 아빠 최고로 잘하드라. 이긴거나 마찬가지야.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연신 위로의 말을 쏟아내는 민재.
정말 치유가 되는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 아빠가 자꾸 실패하지만 꿋꿋히 계속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교육일꺼야.>
라고 마음 다잡아 보지만 자꾸 생각나는 실패의 잔상.
'내가 그때 실수만 안했으면... 몇개만 실수 안했으면..'
모든 실패에는 사연이 있고, 누구나 다 이기고 싶지만 이기고 질 확률은 반반. 살아가면서 반 이상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의 자연스러운 이치 속에서 성공과 실패에 의연해야 하고 더 나아가 잦은 실패에도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생각과 다르게 자꾸 생각나는 기억을 지워버리고자 앉은 자리에서 소주 한병을 마셨다.
늦은 저녁 형님에게 온 전화한통.
용인선배와 한잔하고 있는데 날 부른 것이다.
형님은 인생 제2의 성공 인맥을 붙잡으시면서 연신 이렇게 되내이신다.
'우리 딸 나중에 여기 들어갈수 있게 해보려구. 거의 철밥통이야. 처남도 여차하면 넣어보지 뭐'
최근에 떠돌던 동영상이 생각난다.
아이들과 아버지에게 자신의 꿈과 3억중 어떤걸 택하겠냐고..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꿈을 선택했지만 아버지들은 모두가 3억을 택했다.
이유는 자신의 꿈따위는 이제 의미없고 자식들에게 돈을 줘서 뭐든 할수 있게 지원하고 싶다는 것..
오늘 내 희망을 위해 민턴대회에 도전한 것.
내 아들에게 위로를 받는 것.
형님이 꿈따위는 접은지 오래 된 것처럼 연신 자식들의 안위를 걱정했던 상황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온다.
엊그제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 있어 사진을 찍어놨다.
민재가 칠판위에 써놓은 한자를 하나하나 지우며 다시금 중얼거리며 복습을 하고 있는 모습.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정의 고귀함이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과정이 아름다웠다면 기꺼이 박수 쳐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