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26 cy
장님이 도끼질을 하다.
얼마나 큰 나무를 베고 있는지도 모른 채
쓰러지는 나무가 어디를 향할지도 모르는 채
구슬땀을 흘리며 도끼질을 하다.
서툰 도끼질에 손에는 물집 투성이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도끼질을 한다.
가진건 도끼뿐이고..
장님인 데다 산에 놓였기 때문에..
그 나무를 베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나무를 베는 일 외에 다른 큰 의미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도끼질을 한다.
도끼가 부러지지 않을까
나무가 베어지지 않지는 않을까
행여 너무 힘든 나머지 쓰러지지 않을까...
불확실한 모든 것들은
장님의 구슬땀 앞에서 의미를 상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