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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Mar 26. 2019

장님의 도끼질

2006.03.26 cy

장님이 도끼질을 하다.

얼마나 큰 나무를 베고 있는지도 모른 채

쓰러지는 나무가 어디를 향할지도 모르는 채

구슬땀을 흘리며 도끼질을 하다.

 

서툰 도끼질에 손에는 물집 투성이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도끼질을 한다.

 

가진건 도끼뿐이고..

장님인 데다 산에 놓였기 때문에..

그 나무를 베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나무를 베는 일 외에 다른 큰 의미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도끼질을 한다.

 

도끼가 부러지지 않을까

나무가 베어지지 않지는 않을까

행여 너무 힘든 나머지 쓰러지지 않을까...

 

불확실한 모든 것들은

장님의 구슬땀 앞에서 의미를 상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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