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너'일 수 없는 이유
아이에게 야경증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불과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자라나면서 발생하는 어떤 행동이나 증상들을 무엇으로 규정짓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 증상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히 진단하고 신속하게 해결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야경증은 말 그대로 4~12세 정도 되는 유아에게 많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수면이 시작되고 1/3 지점 이전에 비명으로 시작되는 공황상태가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한의원에서 상담한 결과 신경계통은 부계 쪽 유전인자이므로 유전적 소견이 강하다고 한다.
항상 긴장하는 아이, 불안하고 사소한 현상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열이 많고, 자극에 민감한 아이. 얼마 전에 알게 된 나의 모습과 지극히 일치한다.
아이는 자다 깨서 한 행동들에 대해서 기억하지 못한다. 마치 기억상실증처럼 그때의 공포에 질려하는 아이는 나와 추억과 교감을 공유하는 내 아이가 아닌 제3의 존재 같다.
하지만 그렇게 무서워할 때도 가끔씩 해주는 말이 있다.
'아빠'.. '아빠'..
그 순간에도 아빠를 불러주는 아이가 너무 고맙다.
내가 네 아빠인 이상..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네가 좀 더 아프지 않고 강한 사람이 되게 하고 싶다.
나는 나를 늦게 알았지만.. 너는 내가 빨리 알아차려 좀 더 보듬어주고 싶다..
갑자기 나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졌다. 신경정신계 쪽은 부계 쪽 영향이라면 나도 영향을 받았을 텐데..
나의 유아기는 어땠을까?
나도 야경증이 있었을까?
기억나지 않고, 말해주지 않은 나의 유아기가 궁금하다..
나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관심 가지고 더 나아지게 하려 노력하는 게 좋은 결과에 이르는 길일까?
아니면 우리 부모님처럼 큰 문제 아닌 것들은 모른 척 넘어가는 게 맞는 것일까?
정답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내 아이가 힘들어할 때 내 마음은 더 힘들고, 진심으로 꼭 안아주고 싶은 맘이 든다는 거.
그건 우리 부모님을 포함한 대부분의 부모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유전자의 굴레...
낳고 키우면 된다 생각했는데 아이는 내 생각보다 더 나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다.
복합적인 굴레로 인해 내 삶의 무게도 더욱 무거워진다.
기분 좋은 무거움..
너로 인해 내가 더 사람답게 살 수 있음을.
더욱 따뜻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PS. 현재의 아이는 야경증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이다. 훗날 혹시 아이가 프라이버시 침해로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추후엔 나의 결핍과 나에 대해서도 용기 내서 책을 내 볼 생각인데. 그때가 되면 기분 나쁘더라도 날 용서해주지 않을까? 나와 똑같은 것은 항상 좋아하는 민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