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커피샵

가을이라고 하긴 조금 추운 아침 마실

by 지구별하숙생

따뜻함보다는 추위가 조금 더 기운있는 아침이다. 바람이 안드는 양지바른 몇군데를 제외하곤 옷깃을 여미어야 할 정도로 찬바람을 마주하며 은행나무 아래 떨어진 냄새고약한 열매를 밟지 않으려고 춤추듯 걸어서 커피샵에 들어왔다. 심심한 입을 달래려고 휘낭시에를 주문하고 설탕을 타서 먹는 진한 에스프레소가 오늘따라 맛있다 했는데 왠일인지 시식하라고 접시에 빵도 조금 잘라주어 뜻밖의 배터지는 행운을 맞았다. 한국 들어와서 에스프레소와 커피한잔을 따로 시켜 먹던 버릇이 늦었지만 오늘에야 13시간의 시차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줬나 생각하다 문득 뭔가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아도 2주면 시차에 적응하는데 충분한 시간이겠다는 생각에 피식 웃는다.

이번엔 내가 갈 수 있는 시기가 아닌, 내가 가고 싶은 시기에 한국엘 오다보니 올해는 10여년만에 제대로 된 한국의 가을을 즐겨본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이거 가을이 너무 더운거 아닌가 했는데 계절은 독심술도 있는건지 평년보다 따뜻한 가을을 얕보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사나운 바람으로 나뭇가지를 흔들고 어젯밤엔 비까지 뿌려 공기의 온도를 뚝 떨어뜨려 놓았다. 다음 주에 갈 한라산행이 더더욱 걱정되는 이유다.


텁텁한 입을 헹구고 커피샵을 나서니 차가웠던 공기가 살짝 누그러 들었다. 퍼드득퍼드득, 바람이 은행잎을 스치는 소리와 배달오토바이가 힘겹게 오르막을 오르며 뿜어내는 매캐한 냄새가 뒤섞인 일요일 낮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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