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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May 27. 2024

감자꽃 따는 슬픔

감자꽃 따는 슬픔


한 소식이 있어

슬픔의 시간이 되었다는 전갈이 왔다.


새벽녘 텃밭에 나가

달빛에 환한 감자꽃을 바라보다

잠시 눈을 감았다.


가위에 잘려나가는 꽃대궁 소리

아랫줄기를 위해 윗줄기 어디쯤

생의 전부를 놓아버리는 소리


슬퍼할 겨를 없는 오월에

꽃을 따라니 

딴 꽃마저 버리라니


고랑에 수북이 쌓인

꽃의 무게가 천근만근이다.


한낮,

다가올 열매를 가리키며

말없음표처럼 누워있는

감자꽃 잔치를 보라.


거부하기 어려운

저 거룩한 순명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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