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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Oct 10. 2021

[아빠의 문장 #1] 선물

세상에는 두 종류의 아빠가 있다. 닮고 싶은 아빠, 닮고 싶지 않은 아빠.


내 나이 55세. 스물 다섯, 스물 네 살이 된 두 딸의 아빠로서 스스로를 평가하자면 '닮고 싶지 않은 아빠'에 가깝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준비하고 계획하지 않은 삶을 살았으니 결과는 예정된 것이었다. 경제적으로는 무능하고,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지 못하고, 가정적이지 못한 아빠였다. 


아빠에 대한 불신, 이것이 나의 현재 모습이다. 옆에서 아무리 아내가 딸들에게 나의 좋은 모습을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 이미 나의 인생 성적표는 낙제에 가까우니까 말이다.


2008년 즈음, 서점에서 <윤미네집>이라는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구입을 했다. 외동딸을 둔 아버지가 아이의 출생부터 결혼까지 성장과정을 사진 속에 담은 책이다. 


딸을 바라보는 렌즈 뒤의 아빠를 떠올리면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는 딸이 결혼을 한 얼마 뒤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딸에게 사랑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을 줬다. 딸은 아빠를 항상 그리워할 것이다.



선물


딸은 

아빠의 가장 큰 선물


엄마의 포장을 풀고 나온

가장 밝은 빛


새 출발을 알리는

힘찬 기적소리


꼭 쥔 손

꼼지락거리는 발가락

덜 뜬 눈


하느님이 나에게만 주신

단 하나의 택배


룰루랄라

반품 없는 인생 최고의 선물



@ 마지막 문장을 처음에 '미개봉 기프트콘'이라고 했다가 고쳤다. 애초에 반품이 안될 뿐더러 반품은 물론 교환도 안 되는 선물이기에... 다만, 배송기간이 10개월로 좀 길다. 그 시간 동안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아빠는 끈질기게 기다리는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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