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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Oct 19. 2021

[아빠의 문장 #11] 패티

그 무렵 여름, 아이들은 엄마와 같이 외갓집에 갔다. 나는 회사일로 바빠서 같이 가지 못했다. 기차 타고 택시 타고 의정부에서 안동까지 참 먼 길이다. 심심할까봐 아끼는 인형 패키와 패티를 안고 길을 떠났다.


아이들은 외갓집에 가자마자 냇가로 가서 꼴부리(다슬기)를 줍고 쪽배를 타며 놀았다. 배가 고프면 외할머니가 만들어준 찐빵을 먹었다. 외삼촌은 툇마루에 수줍게 앉아있는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금도 아이들은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외갓집을 아주 좋아라 한다. 그렇게 외갓집에서 일주일 가량 머문 아이들은 다시 의정부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외할머니가 싸준 음식을 가방에 바리바리 채우고서 길을 나섰다.


많은 짐에 패키와 패티까지 들고 다니려니 정신이 없었나 보다. 안동역 플랫폼에서 기차를 타면서 둘째가 아끼는 인형인 패티를 의자에 두고 온 것이다. 집에 돌아온 아이는 며칠을 아쉬워 했다.


애착인형인 패티 실종사건을 두고 나는 며칠간 둘째를 심문했다. 정확한 실종 지점, 고의 유기 의혹, 미필적 유기 등 사건 동기를 캐기 위해 며칠에 걸쳐 프로파일링을 실시했다. 


하지만 전화선 절단처럼 이 역시 사건이 미궁에 빠졌다. 목격자도 없고 CCTV도 확보를 할 수 없으니 순전히 둘째의 진술에 의존해야만 했다. 지금도 둘째에게 패티의 행방을 물으면 무안하게 웃기만 한다.



패티


김패티인지 패티김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이글을 보면 연락을 주기 바란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너를 버린 게 아니란다

둘째가 그것을 증언하고 있고 우린 그 말을 믿는다

기차가 떠난 뒤 혼자 남겨진 너를 생각하면서

하루도 편히 밥을 먹은 날이 없었다

돌아와라 패티야,

엄마 아빠 그리고 언니들이 너를 기다린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애착하는 물건이 있다. 배냇저고리부터 이불, 장난감, 쿠션까지 다양하다. 어릴 적 아이들이 어떤 물건에 집착하는 것은 모성에 대한 투영이다. 자기가 받은 만큼 무언가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도 패티 또래의 키티쿠션을 버리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패티는 갔지만 키티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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