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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Oct 20. 2021

[아빠의 문장 #12] 여름밤

그해 여름은 주말이면 집 근처 동막골 계곡에서 돗자리를 깔고 놀았다. 아이들은 수영복을 입고 물놀이를 하다 싸가지고 온 간식을 맛있게 먹었다. 가재를 잡으러 어른들을 따라 계곡 위쪽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한번은 동막골에 놀러온 신부님이 거나하게 취하신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을 보고 성당에 다니던 아내와 함께 미소를 지었다. 내 눈에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으로 보였다.


옆동에 사는 친구 가족과 함께 동막골, 송추가마골, 양주 기산저수지, 감나무집, 광릉, 포천 등 의정부 인근을 쏘다녔다. 평일 저녁 퇴근해서는 아파트 놀이터 앞 치킨집에서 맥주를 마셨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가 배고프면 감자튀김과 치킨을 먹곤 했다. 여름밤, 파라솔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정신 없이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큰 행복이었다.


오리구이를 잘 하는 감나무집에는 토끼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토끼장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언덕 위에 굴을 파고 그 속에 토끼들이 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쫓아가서 먹이를 주면서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러다 둘째가 외마디 비명소리를 질렀다. 달려가서 보니 다리에 거미줄이 걸렸는데, 커다란 거미가 붙어있었다. 거미를 떼어내고 놀란 아이를 안아줬다. 그 이후로 둘째는 거미를 아주 무서워한다.


옛날에 '대조영'이라는 드라마에 검이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그마저도 싫어하는 듯 했다. 아마 가수 거미도 좋아하지 않으리라 추측한다. 



여름밤


동막골에서 가재 잡고

송추가마골에서 갈비탕 먹고

웰컴투 의정부

단지 내 치킨집 파라솔 주위로

아이들은 쉴 새 없이 뛰어다닌다

배고프면 치킨 한 조각 

감자튀김도 입안에 쏙

이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는다

술이 거나해져 집으로 돌아오면

작은방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이들

여름밤을 지배하는 아이들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아이들은 놀이터만 보면 신이 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친구 집 아들 둘과 우리 딸 둘은 놀이터가 파라다이스였다. 지금도 가장 그리운 시절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의정부 발곡초등학교 앞 놀이터를 얘기한다. 나 역시 그때가 제일 즐거운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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