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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ff the record Oct 03. 2016

공허함에 대처하는 쇼핑의 이면

충동구매 vs 버림의 미학






가끔 우리는 충동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사고선 방치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바로

사놓고도 열어보지도 않는 쇼핑백이나 택배박스들이 그렇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쇼핑으로 대체한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것 같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허겁지겁 끓여서 먹어버리는 새벽녘의 라면처럼 말이다.











                                                                                                                                          

인간은 고통의 문제를 견뎌야 하네.


동양에서는

고통을 버림으로써 없애려고 하네.

서양인은

약물로 고통을 억누르려 하네만,


고통은

극복해야 하는 것이며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견뎌내는 것이라네.


칼 구스타프 융

빅터 화이트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우리는 공허함이란

고통을 버리기 위해서 쇼핑을 하고

그래서 고통을 버리기 위해서 산 것들을 '쇼핑백' 채로 아니면 '택배 박스' 채로 그렇게 방치하는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이런 류의 쇼핑 행태를 충동구매(impulse buying)라고 한다.







충동구매는

사전 계획 없이 순간적 충동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미리 계획을 세워서 결정한 대로 물건을 구입하는 계획구매에 대립되는 개념이다.

소비자가 진열된 상품이나 광고 등 여러 가지 자극에 의해 즉석에서 구매를 결정하는 비계획적인 행동이다.


유형으로는 순수한 충동구매, 회상적 충동구매, 제안형 충동구매, 계획적 충동구매 등이 있다.


순수한 충동구매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의 충동구매로, 일상 습관이나 패턴을 벗어난 구매를 말한다.


회상적 충동구매는

계획에는 없지만 구매시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생각해 내거나 과거에 본 광고를 떠올려 구매하는 형태이다.


제안형 충동구매는

사전 지식이 없는 상품을 점포에서 수행하는 피오피 광고 등에 의해 필요성을 느끼고 구매하는 형태이며,


계획적 충동구매는

품목이나 브랜드를 결정하지 않고 점포를 방문하여 할인쿠폰을 이용하거나 세일을 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형태가 있다.


충동구매의 특징은

상품에 대한 호의적 감정이 강하게 발생하고, 구매하고자 하는 심리적 충동이 강렬하여 저항하기 어려우며, 구매시점에서 즐거움, 긴장감 등의 흥분된 감정이 나타난다.


따라서

효용을 극대화하는 합리적 구매행위일 가능성이 낮고, 구매 당시 부정적인 결과에 대하여 신경 쓰지 않으므로 구매 후에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두산 대백과














충동구매를 억제하기 위한 수많은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근본적인 문제들까지 해소해 주지는 못한다. 그럴 바에는 아예 역발상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차라리 그럴 때

필요 없는 것들을 버리는 것이다.





버림의 미학





융의 말처럼 고통은 극복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게 형체가 없고

딱히 이유를 알기도 어려운



[1]


일수록 말이다.


[1] 공허 - 내부 감정이 황폐해지고 환상과 소망을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외부 자극에 대해 반응하지 못하거나 단순히 기계적인 반응만을 보이는 주관적인 정신 상태. (정신분석 용어사전)





공허함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버린다고 하면 다소 어패가 있다.

여기서의 버림은

공허함을 가늠할 수 없는 '위기'로 판단하고 '봉위수기(逢危須棄)' 하자는 것이다.

봉위수기는 바둑의 십계명인 <위기십결>에 나오는 말로 위기상황일수록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수를 버리는 것을 택하라는 것이다.

사실 삶은 전쟁이라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삶은 끝나지 않는 전쟁이다.

삼십육계 줄행랑을 친다 한들 일상에서 달라질 뾰족한 수가 없다.


그러니

곧, 버림의 미학은 위기를 탈피하기 위함이고

충동구매는 위기 상황이란 현실을 부정하며 회피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충동구매로 회피하는 것은 그만두고

위기를 극복하는 바둑의 '봉위수기'를 적용해서 모두 버려버리자.




버려할 것들은 이렇다.




-고장 나거나 쓸모없는 기계들


-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모든 것들


- 있는지도 몰랐던 의미 없는 것들


- 싫어했던 모든 것들


-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들

(오래된 잡지, 카탈로그, 브로셔, 안 보는 책, 입지 않거나 실증난 옷 등등)





어쩌면 이런 버리기를

통해서 충동구매를 부추기던 우리 안의 공허함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이런 공허함을 겪을 때면 '안갯속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었다.



비가 아니라서 우산을 쓸 필요는 없는데 몸이 눅눅하게 젖어들어가고,

앞으로 나아가곤 있는데 내 눈 앞의 시야는 제자리걸음을 걷는 것처럼 진전이 없고,

눈에는 보이는데 손에 잡히지는 않는




그 느낌이



이었다.




일이 한창 잘되고 있을 때나 이길 확률이 높을수록 이런 공허함이 밀려올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프로젝트나 일이 마무리가 되고 나면

눈이 매워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매캐한 연기 같은 안개(공허함)가 훅하고 밀려왔다.


계속해서 산을 넘어도 끝나지 않는 산맥을 타고 있는 기분도 들었다.


그럴 때면 프로젝트에 관련된 모른 걸 다 갔다 버렸다.

어차피 다 이루었고

중요한 자료는 백업 파일로 남아 있으니 이제 필요 없는 모든 서면 자료를 파쇄해버리는 것이다.

석사 논문을 쓸 때도 소논문을 탈고하고도 그랬다.




마치 그 찌꺼기들이 공허함을 몰고 오는 것처럼

모든 것을 탈탈 털어서 버려버렸을 때 공허함도 함께 비워지곤 했다.


물론 버리지 않은 것들도 있다.

그건



이란 이름으로 남아있다.











버리기가 처음에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하고 나면 마치 몸무게를 10kg 정도 감량한 것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충동구매 대신 버림의 미학을 택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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