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나를 위한 지지대 - 옷의 순기능
옷이 자존감의 지지대라는 말은
옷을 많이 사라고 부추기거나 옷을 많이 팔리게 하려는 상술이 아니다.
자존감과 몸이 하나이듯 몸을 감싸는 옷도 같이 보면서 좀 더 쉽게 혼감(혼자 관리하는 자존감)을 균형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옷이 자존감의 지지대라는 도구적 기능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개인적인 일화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당시에는 해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진학할 대학 전공(패션)과 연관된 수업을 골라서 들었는데 그 수업 중엔 Home economics(가정)도 있었다. 주로 기초적인 바느질, 자수, 직조, 니팅, 옷, 침구를 만드는 걸 배웠다. 기초 수업이 끝나고 직접 디자인을 하는 수업 첫날 과제가 하나 나왔다.
과제는
‘장애인을 위한 의복(clothing) 리서치’였다. 디자인 수업이라 하면, 내겐 멋들어진 패션쇼나 슈퍼모델들이 일색인 잡지를 보며 예쁜 옷을 디자인할 거란 내생 각과는 전혀 다른 과제였다. 장애인도 장애인을 위한 옷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어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다행히 도서관에서 찾은 책엔 사진과 그림이 아주 많아서 영어가 짧았던 나도 이해하기 쉬웠다. 책 속에서 마주한 옷은 한쪽 팔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고안된 셔츠나 양쪽 다리 길이가 다른 사람을 위한 바지, 지적장애인들이 입기 편한 상의나 하의 등등 다양한 디자인의 옷을 볼 수 있었다.
책 속 장애인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맞는 옷차림으로 보통사람들과 똑같이 당당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과제가 나온 거였어.
옷은 예쁜게 다가 아니구나..
옷이 마치 목발처럼 저 사람들이 당당히 서 있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어!”
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낯선 생활과 인종 차별 때문에 유학생활이 처음엔 자존심도 좀 상하고 힘들었지만 같이 수업을 들으며 친구가 생기고 비슷하게 닮아가면서(옷, 머리색)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삶과 해외의 삶의 심리적 갭이 줄어들면서 온전히 나 자신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들에게도 내게도 옷이 당당할 수 있는 지지대가 되어준 것 같았다.
고대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라고 했다. 문명화된 사회 속에서 옷은 사람을 단편적으로 판단하고 계층화하거나 차별시키는 역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옷은 개개인의 취향과 매력을 표현하는 비언어 형태의 도구적 기능을 하며 장애인을 위한 옷처럼 시각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신체의 부분을 감춰주고 보안해주는 목발같은 지지대가 되어주는 순기능도 있다. 다리가 길어 보이는 바지, 날씬해 보이는 원피스, 키가 커 보이는 코디 같은 것들 말이다.
이렇게 옷은 양날의 검과 같다.
역기능으로 쓰느냐 순기능으로 쓰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혼감에서는 이런 옷의 순기능을 사용하려고 한다.
옷은 잘만 사용한다면,
마음의 자존감과 몸의 자존감의 부족한 부분을 감춰주고 보안해주는 알맞은 지지대이다.
옷의 도구적 기능은
옷을 통해
자기개념을 확실하게 하고,
그 옷이
주는 의미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 Solomom, 1983 -
'자존감 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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