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을 육하원칙으로 관리하기
지혜의 책이라 불리는 탈무드에서는 옷과 첫인상에 관한 글이 있다.
외국에서 온 화려한 옷차림의 학자에 대해 3대가 이야기를 나눈다.
손자가
아버지에게 학자에 대해 묻자, 아버지는 학자가 학식이 부족한 걸 화려한 옷으로 대신해서 사람들에게 높임을 받으려는 것이라 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학자가 고향에서는 학식과 평판을 사람들이 알지만 타지에선 처음 보는 이의 옷차림으로 사람을 가늠하니 화려한 옷을 입었을 것이라고 했다.
옷은
이렇게 우리의 첫인상을 좌우하며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Damhorst
는 사람이 외모를 보고 상대방에 대한 첫인상을 형성할 때 그 사람의 성격, 사교성, 기분, 능력이나 권위, 지적능력뿐만 아니라 얼마나 사고의 폭이 유연한지까지 실로 다양한 측면을 추론한다고 한다.
이런 첫인상은 3초 만에 형성된다.
미국의 뇌과학자 폴 왈렌은, 우리의 뇌는 보통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0.1초 안에 호감도와 신뢰도를 형성한다고 했다. 첫인상을 평가할 때 뇌는 외모> 목소리> 어휘 순으로 중요도를 판단한다.
암묵적으로 첫인상과 실제 됨됨이엔 차이가 있는 걸 우린 알지만 뇌가 3초 만에 형성한 첫인상의 오류(error)를 사람들은 쉽게 바꾸지 못한다. 첫 정보량의 200배에 달하는 정보가 있어야만 이미 형성된 첫인상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런 첫인상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인상 형성의 단계부터 알아보자.
사람들은
셜록 홈즈처럼 상대방의 첫인상을 판단하기 위해 단서를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걸 추리하고 해석해서 첫인상을 만들고 그에 따라 상대방을 예측한다고 한다.
Livesley and Broomley는 이걸 인상 형성의 4단계로 정리했는데
1) 단서의 선택 2) 해석적 추론 3) 확장된 추론 4) 예측 행동 이다.
첫인상의 오류는
바로 우리가 상대방에게 선택하도록 준 단서(외모)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럼 어떻게 옷을 입어야 좋은 첫인상을 상대방에게 줄 수 있을까? 첫인상을 고민하며 옷입기를 계획했던 경험을 정리하면 4단계로 압축된다.
1단계-상대방이 첫인상을 판단할 상황(환경, 날씨, 목적, 시간대 등)을 살펴본다.
2단계-첫인상을 줘야 할 상대방의 요소(특성, 성별, 나이, 업종, 가치관 등)를 파악한다.
3단계-원하는 첫인상에 따른 나의 신체(장점, 단점), 착용할 옷의 특성(노출, 격식, 스타일 등)을 정리한다.
4단계-여기에 맞춰 연습(상황 대입) 해보고 주변에 첫인상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서 객관성을 높인다.
혼감(혼자서 관리하는 자존감)을 위해
직접 해보기 쉽게
‘육하원칙 첫인상 혼감표’ 를 만들었다.
이 표는 개인적으로
일하는 학생 생활을 하며 쌓은 요령을 표로 체계화한 것이다. 육하원칙을 쓴 건 첫인상이 상대방, 나, 상황이란 이야기적 요소 안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맞춰 상황과 상대방을 파악해서 거기에 맞게 내가 원하는 첫인상을 적어보면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대학 입시 면접을 준비하는 남학생을 예시로 들었다. 멀티 펜으로 쓴 것처럼 중요한 부분인‘나’의 세로열‘어떻게’는 파란색으로 세로열‘왜’와 가로열‘체크 포인트’는 빨간색으로 따로 표기하였다. (실제로 혼감할 때도 이렇게 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체크 할 수 있다)
직접 혼감할 때는 우선
세로열의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을 먼저 쓰고 거기에 맞게‘왜(의도 or 첫인상 문제점)’를 작성하면 좋다. 그리고 이 내용을 함축해서 상단의‘원하는 첫인상’에 넣는다.
전체 내용과 ‘왜’를
개선할 수 있는 첫인상 스타일링은‘어떻게’에 항목별로 쓰고 주변의 의견을 ‘피드백’에 쓴다.
끝으로 전체를 보고 ‘체크 포인트’와 ‘참고사항’을 작성하면 된다.
(편이에 따라 작성 순서는 바꿔도 된다)
이 생각을
했을 당시에는 일하는 학생으로
오전엔 대학 강의, 이른 오후엔 디자인 업무, 늦은 오후엔 타 회사의 팀 멤버로 회의 참석, 저녁엔 대학원생(박사)으로 대학원에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소화해야 할 역할도
만나야 할 사람도 많다 보니
‘나’라는 사람을 위한 일관된 첫인상과 이미지가 필요해서였다.
그때
의도했던 첫인상은
“대학 강사답고 신뢰가는 사람”
이었다.
왜소한 체구와 어려보이는 외모를 커버하기 위해서 12cm짜리 하이힐과 재킷차림을 첫인상의‘단서’로 선택했다. (일 할 때 여자로서 어려보이는 건 마이너스가 된다)
쉽진 않았다.
대학 강사 월급이 박봉이라 일주일에 하루는 8~9시간짜리 연강(연속 강의)을 잡았는데 하이힐을 신고 8~9시간을 서서 할 때면 정말 발이 열두갈레로 찟어지는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를 반복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다행히
‘하이힐’효과는 좋았다.
강의실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또각또각’하는 소리로 존재감을 알릴 수 있고 학생들은 깍듯하게 교수님 대우를 해주었다. 하이힐과 재킷차림은 격식이 있어보여서 새로운 미팅이나 회의에서 좀 더 당당하게 임할 수 있었다. 가끔 어쩔 수 없이 대학원 수업에 늦을 때면 옷차림 때문인지 굳이 변명하지 않아도 일하다가 온 걸 알아주시고 이해해주셨다.
하이힐 때문에
이동 중에 신을 플랫슈즈를 따로 가지고 다니니 늘 책가방 따로 보조가방(신발주머니) 따로 가지고 다니느라 어깨가 무거웠고 다리엔 파스가 마를 날이 없었지만 '첫인상'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첫인상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유난이다.”
라고 할 수도 있다. 런던 정치경제대 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캐서린 하킴은 현대의 4가지 자본 중 하나로 ‘외모적 자본’을 꼽았다. 외모가 자본로 해석되는 현대엔 하이힐 같은 유난스러움이 어디든지 필요하게 될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다.
나는,
나를 하이힐로 도왔다.
그리고
하이힐은 내게
“하이힐을 신고 9시간 연강도 서서 했는데 뭔들 못하겠어!”
라는 근성(Guts)을 만들어 주었다.
좋은 첫인상은 한번 만들어 놓으면 특별히 실수하지 않는 한 영어시험 성적처럼 갱신할 필요가 없다.
혼감(혼자 관리하는 자존감)을 하며 좋은 첫인상도 같이 만들면 좋겠다.
'자존감 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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