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동결 배아 이식 날짜를 잡기 위해 병원에 갔다. 예약이 이미 마감된 터라 당일 접수 후 거의 3시간 정도 대기 후에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어차피 연말이고 월요일이고 해서 많이 기다릴 것 같아 책도 들고 가고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내 순서가 오기를 기다렸다. 오늘은 진료실 앞 소파 자리도 넉넉지 않아 문 가장 앞에 있는 소파에 등받이 없이 앉게 되었는데.. 진료실 문에 새로 붙여진 듯한 안내문 하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출산휴가로 인해
2026년 1월 31일(토)까지 진료를 진행합니다.
휴진기간 : 2026년 2월 2일~2026년 6월 3일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들의 임신을 위해 힘써주시던 교수님께서 이미 배 속에 아기를 품고 진료 중이셨다!!!
뭔가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같은 여자로서 괜히 뭉클하기도 하면서 솔직히 당황스럽기도 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만큼 우리 주치의 교수님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아, 교수님 떠나면 이제 어쩌면 좋지? 그전에 이식 1차에 성공해야 하는데.. 다른 교수님 통해서 대진은 별로 안 받고 싶은데..'
'내가 병원을 옮기지 않아도 교수님이 바뀔 수가 있구나.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구나.'라는 사실을 남편과 공유한 후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맴돌았다.
1) 몸관리를 잘해서 1차 이식에 성공하도록 해야지
2) 대진 봐주셨으면 하는 교수님을 찾아볼까?
3) 아 모르겠다
그렇게 수많은 상상 속 시뮬레이션을 돌리다 진료실 앞 LCD에 내 이름이 떴고 진료실에 들어가 교수님을 뵈었다.
교수님: OO님, 오늘 초음파 보니까 물혹이 있긴 한데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 같아서요. 저희 12일이나 13일에 이식일로 잡고 다음 주에 한번 보시죠. 6일에 괜찮으세요?
나: 네, 6일 괜찮아요 교수님!
교수님: 그래요 OO님. 그럼 6일에 보고 날짜는 그때 확정 짓기로 하고, 오늘은 피검사하고 3일 치 주사랑 오늘부터 5일 동안 먹는 약 처방해 줄게요.
나: 네 교수님! 아 그리고.. 문 앞에 쓰여 있는 거 이제야 봐서 늦게 알았어요. 너무 축하드려요 교수님!!"
교수님: (머쓱해하시며) 아^^ 감사해요 OO님. 마음이 편치 않아요.. 저 가기 전에 꼭 OO님 임신시켜드리고 갈 테니까 저 믿어주세요!
나: 아 감사하죠!! 저도 열심히 몸 관리해 올게요 교수님!
교수님: 그래요 OO님, 잘 쉬고, 잘 주무시고 저희는 일단 다음 주에 만나요.
나: 네, 교수님. 교수님도 몸조리 잘하시고요!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나의 주치의 교수님께 축하한다는 말을 할 일이 살면서 몇 번이나 있을까.
그리고 주치의 교수님을 휴가 보내는 경험을 또 언제 해볼 수 있을까.
잠깐이나마 나의 몸만 생각했던 인류애 없던 내 모습을 반성하고 교수님께 축하의 말씀을 드렸다.
교수님이 좋아해 주셔서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았다.
교수님 휴가 들어가시기 전에 나도 좋은 소식을 만들어 들려드릴 수 있도록 해야지!
몸 관리 잘해야겠다는 또 하나의 동기부여가 생겼다. 2주 동안 몸관리 잘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