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험관 2차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긴장이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단기적인 두근거림보다는 장기적으로 초조하고 불안한 한 주를 보내왔다. 호르몬약 때문인지 잠도 많이 못 잤고 심적으로도 많이 불안해했다. 인간은 원래 외롭고 불안한 존재라지만 세상 속 모든 불안 요소들을 내가 다 끌어안은 듯한 나날들을 보냈다. 이를 테면, 단순히 시험관 2차에 또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식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화폐 가치가 떨어져서 나 혼자 망하면 어쩌지라는 생각, 감사한 기회로 재취업을 하게 되었는데 권고사직 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망상처럼 말이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밖으로 나가려고 많이 노력했다. 온라인으로 살 수 있지만 굳이 마트로 나가서 직접 장도 보고, 왕복 2시간 운전으로 이천 도자기 마을에 가서 작가님들의 여러 작품들을 감상하고 구매하기도 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약 20시간 정도 남았다. 뜨아아아..
솔직히 첫 시험관 1차, 즉 첫 이식 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막연하게 '잘 되겠지 당연히.'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었고 잘 되고 나면 경험하게 될 미래들을 좋은 것과 나쁜 것 번갈아가며 상상하고 그림을 그려봤다. 이식 직후에는 오랜 동료들과 만나 점심을 함께 먹기도 하고 눈발 날리는 도로 위를 달려서 집으로 혼자 돌아왔다. 온전히 기대감에 가득 찼기 때문에 힘든 게 하나도 없었다.
근데 한 번의 실패를 겪고, 그 사이클을 한번 경험하면서 다 알고 나니 더 두려워졌다. 나 혼자 Next step을 고민하는 것도 의미 없어서 이번에도 실패하면 pgt-A 검사를 해야 할지, 반착검사를 해야 할지, NK세포 검사? 그런 것들도 고려해봐야 할지 모르겠다. 들은 건 많은데 정작 나에게 필요한 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필요한 건지 도통 감이 안 온다.
오늘 밤엔 잠에 잘 들 수 있을까? 이번에는 내가 스스로 멘탈을 잘 지켜낼 수 있을까? 요즘에는 책도 잘 안 읽히는데 무얼 하며 일상을 살아가지? 연휴 내내 여기저기 아이 쇼핑하러 다니며 다른 곳에 시선과 정신을 좀 빼앗겨볼까? 하루 종일 새로운 것을 많이 보고 경험하다 보면 될지 안 될지에 대한 불안한 생각은 좀 덜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