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준비생 일기 1부는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by 깨알쟁이

지난 월요일,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피검사 수치 hcg가 1.6에 그치면서 시험관 2차도 비임신으로 종결 났다. 한 시간 동안 임신이 된 줄 착각이라도 해봐서 그런지 이번에는 타격감이 크지 않다. 딱 하루 지나니까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바로 기운을 차렸다. 지체하지 않고 할 일이 생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더 깨닫게 된 것 같다. 1차 실패하고 나서는 한 열흘 동안은 풀 죽어 있었는데 벌써 이렇게 내성이 생긴 건가 싶다.


그래도 0.2도 안 나왔던 1차 때 수치가 1.6으로 올라간 것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생각지 못한 목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물 많이 마셔서 새벽에 잠에서 깨고, 기침하다가 잠에 제대로 들지 못했다. 결국엔 이식 후에 제대로 쉰 날이 별로 없었다. 약을 못 먹으니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지 않았고, 기침을 멈추려고 따뜻한 차를 자기 전까지 내내 마시다 보니 새벽 4시면 화장실에 가야 했다. 이번에는 목감기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안 된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식일로부터 D+9에 피검사를 하고 비임신이 된 즉시 모든 약을 끊고 나니 기가 막히게 생리 예정일보다 하루 먼저 생리가 시작됐다. 원래는 금요일인 내일이 예정일이었는데, 유독 사람이 많이 붐비는 주말에는 병원에 가기 싫어서 하루만 좀 앞당겨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내내 생각하고 있었는데 꿈이 이루어졌다. 생리 이 얄궂은 녀석, 나에게 심심찮은 위로를 안기기 위해 이렇게 또 순순하게 협조를 해주었다. 고맙다.

덕분에 점심에 면접을 마치고 병원으로 넘어가 초음파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경기도 사람들은 서울에 한 번 나가면 볼 일을 싹 다 보고 들어와야 더 뿌듯하고 마음이 편안하다는 것을 생리 녀석도 알고 있는 걸까.


내일 가면 교수님과 pgt 검사 이야기를 나눌 것 같다. 배아 1개 당 비용이 거의 30만 원에 육박한다고 하던데, 검사 결과나 잘 나왔으면 좋겠다. 통배(통과 배아)가 잘 나와주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이 과정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으니 걸어 다니면서 쓰레기 보이면 줍고, 사람들에게 선한 마음씨를 더더욱 베풀도록 노력해야겠다. 건강한 배아를 잘 만나기 위해서.


난임 병원은 작년 초부터 다녔지만 본격적으로 이 브런치북을 12월 중순에 시작하면서, '30개의 글을 다 쓸 때까지는 임신에 성공해 있겠지? 에이 설마~'라는 막연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근데 벌써 이게 마지막 글이다. 그래도 제자리에 머물러 고민만 하고 있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시도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난자 채취, 자궁경, 2번의 이식까지. 그 가운데 이 브런치북은 나 스스로 더 무너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지지대이자 대나무숲이기도 했다. 매번 부정적인 이야기만 쓰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때로는 '너무 좁은 타깃을 대상으로 한 글을 쓰는 것은 아닐까?' 고민이 되기도 했는데 잘 쓴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장되고 잘 나가고 늘 성공하는 글보다 아프고 위로가 필요한 글에 더욱 공감하기 마련이니까. 나 또한 그렇고.


이번 브런치북은 이렇게 끝나지만 임신준비생 2부를 바로 열 계획이다. 대신 주 3회 연재를 주 2회로 줄이고 전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임하려고 한다. 임신 준비에도, 글 쓰기에도.


임신 준비를 하면서 온라인상에서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을 알게 되었는데, 나보다 오랫동안 준비하신 분들도 많고 더 많은 수술과 시술을 경험하고 계신 분들을 많이 만났다. 본인들도 힘들면서 언제나 서로를 따뜻하게 위로하며 멀리서 함께 울어주고 안아주는 다정한 연대를 경험하고 있다. 다음 브런치북에서는 그분들의 다정한 응원과 격려에 대해서도 언급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들만 아는 단어들 (통배, 착붙, 졸업, 완출 등)을 한 번씩 정리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 난임시술을 받고 계신다면, 댓글이나 메일로 좋은 의견 남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희망보다는 우울함이 가득했던 저의 첫 번째 임신준비생, 난임 병원 환자 일기를 사랑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위로가 되는 글을 쓰면서 독자와 소통하는 작가가 되고 싶은데 아직은 제가 저에게 위로를 좀 더 부어줘야 할 것 같아 그렇고 그런 글을 썼습니다.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두 번째 임신 준비생 일기에서는 전보다 단단해진 모습을 보여드리며 유익한 내용들을 나눠드릴 수 있도록 준비해 보겠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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