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어설프고 어리숙한 나에게 내가 쓴 편지

내가 나에게 잔소리합니다. 조급해하지 말라고.

by 깨알쟁이

나연- 오늘 하루 잘 보내고 있니?

오래간만에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편지를 써본다!

우리가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치? 상담도 받고 울기도 많이 울고 결국 퇴사를 선언하고. 이루고. 감사하게도 속초에 싱가포르에 여행도 다녀오고 말이야!!

어느덧 6월 중반을 보내고 있는데, 요즘은 좀 어때?

마음은 많이 나아졌어? 여유가 생긴 것 같아? 해보고 싶었던 것은 좀 많이 해보는 중이야?

주변에서 이렇다 저렇다 하는 말들에 흔들리고 휩쓸리기보다 너의 페이스대로 너의 방향으로 지혜롭게 나아갔으면 좋겠어. 도서관투어도 하고 싶고, 집에서 늘어져 보내고도 싶다가 또 요리도 하고 싶고, 엄마 아빠랑 시간도 많이 보내고 싶고 그렇지? 돈도 벌어야 할 것 같고.. 원래 세상이란 이렇게 다 불안정하고 변화무쌍한 것 같아. 너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고 세상 사람들이 그 속에서 다 인내하며 소소히 즐거움들을 찾아내어 살고 있는 걸 거야.

지금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스레드나 블로그 숫자들 뿐이지만 조만간 세상 밖으로 나가 다시 기똥차게 너의 존재감을 알리고 빛을 내는 시간이 올 거야. 아직은 충전이 좀 더 필요해서 잠잠하게 내공 다지는 시간이고..!

지금 너무 잘하고 있어. 은행 퇴사하고도 바로 토익학원 다니며 목표한 점수 이뤄냈던 너였잖아. 그 점수가 유효기간 만료될 때까지 이렇다 할 취업을 하지는 못했지만, 해냈다는 너만의 성취감을 얻었고, 그걸 네가 알아줬으면 그걸로 된 거라 생각해!

매일, 꾸준히, 조금씩 너의 다음 스텝을 위해 에너지와 시간을 쓰고, 꾸준히 뭐라도 기록하려는 네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멋있어. 그거 진짜 쉬운 거 아니다? 그러니 조금 밀렸다고 너무 자책하지도 말고 나무라지도 마. 이미 너무 훌륭하니까!

그냥.. 한 가지 소망하는 건 (아, 아니야 2가지로 정정할게)

1. 너무 조급해하지 말 것.

이제껏 살면서 느꼈듯 결국 나의 것이 될 거라면 돌고 돌아 어떻게든 오고 그게 아니라면 내가 아무리 용을 써도 안 오잖아. 그게 물건이든, 사람이든, 일이든. 그러니 가진 것에 감사해하며 너무 빠른 시간 내에 다 갖고자 하는 욕심을 내려놓아보자. 잘하고 있으니까.

2. 너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깊이 알아가는 시간을 갖자.

네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 잘 아는 것, 해도 해도 잘 안 되는 것, 그럼에도 해야 하는 것, 네가 지키고 싶은 것, 너를 힘들게 하는 것, 즐겁게 하는 것, 네가 걱정하는 것, 네가 이루고 싶은 것.. 이런 것들을 쭉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 타인에게 의지하지 말고 온전히 너의 힘으로:)


늘 응원해!

2025.06.17 나연






오늘은 내가 나에게 편지를 썼다. 가끔씩 쓰는 편진데 오랜만에 받아도 언제나 기분이 좋다.

편지는 줄 때도 받을 때도 기분이 참 좋은 존재인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아빠가 편지를 자주 써주셔서 그런지 나는 편지가 너무 좋다. 생각해 보면 선물보다도 받는 사람에게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게 하는 존재인 것 같다.



남편과 지난 1월, 급 떠난 춘천 여행에서 만난 나태주 시인의 글귀가 적혀있는 편지지에 썼다.

사실 이 편지지를 아빠에게 드릴까 했는데 내가 갖고 싶었고,

그렇다고 아빠한테 드리면서 '나한테 써주세요'라고 하기는 또 좀 웃길 것 같아 계속 갖고 있다가

내가 나에게 썼다. 잘한 것 같다.

이제 맘에 드는 엽서를 사게 되면 그냥 모아두지 말고 나에게 종종 써줘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퇴사는 끝이자 시작이라는 결정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