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중요하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에 집중하겠습니다.
지난주부터 이번 주까지 불안지수가 유독 높았다. 아마도 나가야 할 카드값 알림이 큰 역할을 했을 거다. 수입은 없는데 문자와 카톡 그리고 앱 알림까지 친절하게도 나를 옥죄었다. 내가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퇴직금은 일부만 사용하고 MMT라는 신탁 통장에 넣어뒀고 남편이랑 그 돈은 일단 예치해 두자고, 당분간은 남편의 수입으로 충당하고 나는 나의 리프레시에 최우선적으로 집중하며 천천히 다음 일자리를 구해보자고 약속했다. 내가 쓴 카드 사용 내역도 사실 다 나만을 위해 쓴 것도 아니었다. 우리 가정의 생계와 행복 유지를 위한 지출들이지.
근데 돈 앞에서는 사람이 어쩔 수가 없는지 카드값이 주로 나가는 12일부터 18일까지 나는 너무나도 불안하고 초조했다. 내가 집 밖을 나가는 순간 적어도 2,000원이라도 사용하게 되니 집 밖을 나서기도 두려워졌다. 내내 집에 있으면 늘어지니 노트북이나 책 들고나가서 시간을 잘 써야 하는데 요 며칠은 내게 시간보다는 돈이 귀해보였다.
그렇게 집에서 누워 지내거나 소파에 앉아 지내다 보니 굉장히 공허하고 무기력해졌다.
효능감? 유능감? 뿌듯함? 찾기 힘들었다. 더운데도 버틸만한 날에는 에어컨을 굳이 켜지도 않고 지냈다.
그러다 문득 느꼈다. 사실 나에게 소중한 건 돈보다 시간이라는 것.
돈이야 벌면 되는데 지금 이 시간은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잊고 있다가 다시 깨달았다. 내가 지금 이 시간에 커피 한 잔 마시며 밖에서 가치 있는 일을 한다면 그게 나에게 훨씬 더 좋은 것이고 내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5천원에 1만원에 너무 벌벌 떨지 말고 유연하게 생각해 보자고.
바깥에 나가 커피 한 잔 사먹는 게 아깝다고 집에서 누워 빈둥대다가 낮잠을 밤잠만큼 자는 내가.. 가엾어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일단 나왔다. 책을 들고 노트북을 들고 이고 지고 근처 도서관으로 향했다.
역시 도서관에 가니 남녀노소 불문하고 열심히 각자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들이 눈에 훤히 보였다. 나도 한 자리 꿰차 노트북을 열고 인강을 열심히 듣다 왔다. 책도 왕창 빌렸다.
다음 날에는 운동을 갔다가 곧장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렀다. 집에 가서 밥을 차려먹으면 돈이 안 들겠지만 차리는 시간과 치우는 시간, 다시 나갈 때까지 맘먹어야 하는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괜한 고민 접어두고 바로 스벅에 가서 빵 1개, 바나나 1개, 커피 1잔을 시키고 책을 읽었다. 단 돈 1만원에 몇 시간 동안 집중해서 일기도 쓰고 몇 십장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 인생에서 돈도 중요하고 시간도 중요한데, 그 때 그때마다 뭐가 더 중요한지는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시간'이 중요하지 않을 때는 없을 것 같다. 돈은 아낄 수도 있고 안 쓸 수도 있지만, 시간은 내 의지로 줄이거나 되돌리거나 추가를 해서 벌어낼 수도 없기 때문에 더 소중하다고 느껴진다.
백수라고 집 안에서만 움츠러들어 무기력에 빠지고 무력감을 느끼며 불안해하지 말고 5천원으로 세상 밖에 나와 사람들 사는 것도 보면서 자극도 받고 내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쓸 수 있도록 해야겠다. 자꾸 나와야겠다. 보다 나은 나의 내일을 위해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