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마다 셋째의 정수리에 프랑킨센스 한 방울을 떨어뜨려준다.
그리고 조용히 속으로 빈다. 다시는 아프지 않기를.
내 작은 손길이 아이 몸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치유를 시작해 주기를.
지금 이 순간, 아이의 평온한 숨결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이 소소한 습관은 어느새 우리의 루틴이 되었다.
셋째는 프랑킨센스를 좋아한다.
“엄마, 머리에 떨어뜨리는 거, 그거 해줘.”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한 번 더 다짐한다.
‘그래, 엄마가 지켜줄게. 다시는 그 길을 걷지 않도록.’
셋째의 백혈병 치료는 3년 4개월, 완치 판정까지는 4년 3개월이 걸렸다.
투병하는 내내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그중 하나가 글리코영양소였다. 비쌌지만 아이를 살릴 생각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먹였다.
치료가 끝난 뒤에도 매일 먹였다. 하지만 완치 판정을 받은 후로는 계속해서 먹인다는 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었다. 양을 줄여 근근이 먹이고는 있었지만, 그마저도 지속하기가 어려워졌다. 다른 대안을 고민하던 중 다행히 프랑킨센스를 알게 되었다.
글리코영양소보다는 부담이 덜 되면서 활용이 간편해 마음이 갔다.
무엇보다 아이가 스스로 찾기까지 하니 꾸준한 관리에도 딱이라 생각했다.
글리코영양소가 ‘전투 중의 병사’였다면, 프랑킨센스는 ‘평화로운 시기의 정원사’ 같았다.
힘겹게 치료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건강을 가꾸고 지켜줄 때라 그 중심에 프랑킨센스가 있어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프랑킨센스를 처음 알았을 때 다들 ‘예수님 오일’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궁금했다.
성경에 따르면, 아기 예수님이 태어나셨을 때 동방박사들이 선물한 세 가지 중 하나가 ‘유향나무’의 오일, 즉 프랑킨센스였다고 한다.
프랑킨센스는 신성함과 치유의 상징으로, 고대에는 제사와 의식에 항상 쓰였고 가장 귀한 향으로 여겨졌다.
5,000년 전부터 인류의 역사 속에 등장해 온 만큼 향기가 깊고, ‘오일의 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효능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움직인 건, 암세포와 관련된 연구 결과였다.
2009년,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의 연구진은 프랑킨센스 에센셜 오일이 방광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세포자멸을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놀라운 것은,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에만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이 연구는 유방암, 췌장암, 전립선암, 심지어 백혈병 세포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추가 실험으로도 이어졌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기초 연구에 불과하고, 인체에 대한 효과나 안전성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 아이의 암을 경험한 엄마로서, 그 가능성 자체가 위안이 되었다.
마음의 평안을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프랑킨센스. 고대에는 신에게 바치는 향이었지만, 지금은 우리 가족에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따뜻한 의식이 되어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시간이 우리 가족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다.
나는 첫째와 둘째에게도 가끔씩 정수리에 프랑킨센스를 한 방울씩 떨어뜨려 준다.
아이들이 감기 기운이 있거나 컨디션이 가라앉아 있을 때에는 프랑킨센스를 코코넛 오일에 희석해 목 뒤부터 척추까지 바르고 마사지도 해준다. 이렇게 하면 몸 에너지의 균형이 맞게 되고 면역력을 기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남편과 나 또한 뇌 건강을 위해 정수리에 1방울을 떨어뜨리고, 몸이 무겁거나 감기 기운이 있을 땐 혀 밑에 1~2방울 떨어뜨려 먹기도 한다.
셋째에게는 항상 이 말도 덧붙인다.
“◯◯아, 넌 앞으로 점점 더 건강해질 거야. 엄마가 프랑킨센스로 항상 지켜줄게.
매일 조금씩 더 튼튼해질 테니, 엄마 믿고 잘 따라와! 그럴 수 있지?”
나의 진심을 아는지, 잘 따라와 주는 셋째가 그저 고맙다.
프랑킨센스는 정신적 안정, 스트레스 해소, 깊은 수면 유도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향이 톡 쏘는 듯 강해 처음에는 코를 찡그리던 셋째도 지금은 프랑킨센스의 깊고 시원한 향을 좋아하고 먼저 찾는다.
매일 밤 한 방울은 정수리에 떨어뜨려 주고, 또 한 방울은 발바닥이나 가슴에 발라 준다.
향이 주는 안정감 때문인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셋째는 어느새 스르르 잠든다.
어쩌면, 이 시간은 향보다 엄마의 마음이 스며드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처음에 난 자궁 관리로 아로마테라피를 시작했다. 하지만 프랑킨센스를 만나면서부터는 아로마테라피스트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공부하면 할수록, 에센셜 오일이 점점 더 궁금해졌고 그 안에 담긴 자연의 지혜에도 감탄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셋째가 목숨이 위태로웠던 시간을 지나왔기에, 앞으로는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엄마의 간절한 바람이 선택을 부추겼다.
아픈 아이를 둔 부모에게는 ‘무언가를 해주고 있다’는 그 마음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누군가에겐 단순한 오일 사용법일 수 있지만, 나에겐 이것이 기도다.
매일 밤, 셋째의 머리 위에 나는 사랑 한 방울, 안심 한 방울, 회복 한 방울을 내려놓는다.
프랑킨센스는 그저 그런 향이 아니다.
향기를 통해 엄마의 절절한 마음이 몸 깊숙이 파고든다. 엄마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그 향기를 셋째는 평생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엄마는 매일 나한테 아침이슬처럼 반짝이는 한 방울을 떨어뜨렸어. 그게 나를 지켜줬어.”
치유는 때로 거대한 의학적 기적이 아니라, 이런 작은 일상의 반복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매일 밤 떨어뜨리는 한 방울 속에는 엄마의 기도와 사랑, 그리고 셋째가 무탈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 작은 의식은 충분히 의미 있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