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로마 전기수입니다

이야기를 향기처럼 스며들게 하는 사람

by 홍성화

1910년대 어느 여름날, 프랑스 리옹 근처의 한 실험실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향료 연구에 몰두하던 젊은 화학자 르네 모리스 가트포세는 손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불길에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 속에서 그는 본능처럼 옆에 있던 라벤더 오일 통에 손을 담갔다.

놀랍게도 통증이 가라앉기 시작했고, 상처는 빠르게 진정되었다.

이 사건은 그의 삶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는 에센셜 오일의 치유 효과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1937년 마침내 『Aromathérapie』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가 처음으로 ‘아로마테라피’라는 말을 사용했고, 우리가 아는 아로마테라피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가트포세의 일화처럼, 내 삶에도 전환점이 있었다.

첫째의 아토피, 내 몸의 자궁 문제, 그리고 셋째의 백혈병.

그런 불편함과 고통이 없었다면 나는 에센셜 오일을 지금처럼 가까이하진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라벤더, 티트리, 페퍼민트를 쓰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몸과 마음, 정신까지도 돌보는 치유의 길임을 깨달은 건 훨씬 나중이었다. 아로마테라피의 역사와 원리를 공부하고, 자격증 과정을 밟으면서 비로소 전체적인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알면 알수록 더 깊이 빠져들었다.


셋째의 치료가 끝난 뒤, 나는 면역 관리를 위해 프랑킨센스를 선택했다. 그 선택은 나를 보통의 ‘사용자’로만 머물게 하지 않았다. 어느새 나는 아로마테라피스트라는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아로마테라피를 즐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재미였다. 에센셜 오일에 얽힌 식물의 이야기, 향기의 역사, 몸과 삶이 변화된 사람들의 사례들은 끝없이 나를 매혹시켰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내가 2017년부터 한결같이 사용해 온 코코넛 오일이었다.
아침마다 오일 풀링을 하고, 스킨과 로션, 썬크림 대신 발라왔던 그 루틴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었다는 사실. 코코넛 오일은 휘발성이 강한 에센셜 오일을 피부 깊숙이 스며들게 해주는 ‘운반자’, 즉 캐리어 오일이었다.

그동안 꾸준히 사용해 온 코코넛 오일이 캐리어 오일로도 널리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놀라웠다. 마치 모든 것이 계획되어 있었던 것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니 놀라울 수밖에.


그 후로 일상에 작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2024년 3월, 오랜만에 들른 단골 수선집에서 사장님은 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물으셨다.
“아니, 얼굴이 왜 이렇게 환해졌어? 들어서는 순간 시원한 향이 나면서 코가 뻥 뚫렸어. 뭐 했어?”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별다른 건 없어요. 그저 페퍼민트 오일을 매일 바르고 있을 뿐이에요.” 그러면서 불규칙한 생리주기로 힘들었지만, 아로마테라피로 자궁 관리를 한 덕분에 지금은 제자리를 찾았다고, 그래서인지 얼굴이 맑아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덧붙였다.

나는 단지 내 경험과 배운 것을 나누었을 뿐인데, 사장님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끝까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셨다. 예전의 내가 아로마 강사의 강의에 빠져들었던 것처럼.


그날 이후 단골 수선집은 갈 때마다 작은 아로마 강의실이 되었다.

폐경 이후 늘어난 뱃살로 스트레스를 받던 사장님께 독소 배출을 도와주는 레몬 오일수를 권했고, 호르몬과 순환, 림프 흐름을 돕는 블렌딩으로 복부 마사지를 알려드렸다. 1년 남짓 꾸준히 관리한 끝에 체중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체성분이 달라졌고, 기초대사량은 눈에 띄게 올랐다.
“불룩하게 나오고 살이 늘어져서 발이 안 보였었는데, 이제는 탄력이 붙고 발이 보이네.”

말하는 사장님의 얼굴빛에서 자신감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내가 즐기며 나눈 아로마 이야기가 누군가의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하고 있다는 것을.

아로마테라피는 의료적 치료처럼 빠른 효과를 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연의 힘으로 삶을 차근차근 회복시켜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준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아로마 전기수’라 부르기로 했다.
조선시대의 전기수가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듯,
나 또한 아로마 이야기를 전하며 지친 마음에 위로와 평안을 심어주고 싶다.
나의 경험과 지식이 누군가에게 건강한 변화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라면서.


지금도 누군가 아로마테라피에 대해 물어보면,
나는 기꺼이, 배움을 즐기고 아는 건 아낌없이 나눈다.
그 작은 나눔이 또 다른 사람의 삶에 향기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향기로운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씨앗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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