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엄마 주도의 작품을 오롯이 느끼다

나는 오늘도 사랑을 먹어요

by 홍성화

지난주 화요일에 엄마아빠한테 갓김치 택배를 받았습니다.

농약사를 하시는 큰 이모께서 주신 여수 갓 종자로 심은 것입니다.

딸에게 주고 싶은 부모 마음을 알기에 냉큼 받았지요. 김치박사 울 엄마표 김치를요.


결혼 후부터 시부모님과 같이 살아서 시댁 김치 위주로 먹다 보니 엄마는 살짝 눈치를 보시는 듯합니다. 주고 싶은데 맘껏 못줘서...

그래서 전화받자마자


“엄마~~ 너무 맛있겠다. 빨리 먹고 싶어.”


했어요.


신바람 난 엄마의 모습과 택배를 부치기 위해 오토바이 뒤에 싣고 우체국까지 쌩쌩 달려가신 아빠의 모습이 겹쳐 눈물이 흘렀습니다.


끈을 풀지도 않았는데 풍기는 갓의 매운 향이 코를 자극했습니다.

군침이 돌아 얼른 먹고 싶었어요.

역시나였습니다.

입안 가득 갓 특유의 매운기가 싸하게 퍼지며 양념이 고루 잘 배어 맛난

엄마 손맛 갓김치.


밥 숟가락이 입에 쉬지 않고 들어갑니다.



김치는 100% 엄마 주도의 작품


엄마의 손맛을 누가 흉내 낼 수 있을까요?


친정 엄마는 심혈관 질환과 고혈압, 당뇨도 있으시고 몇 년 전 허리 수술까지 하셨습니다.

이후로 모든 걸 서서 해야 하고,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쭈그려 앉아서 하는 일들은 못하게 신신당부를 하니

엄마 주도하에 맘껏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줄었지요.

그러다 보니 삶의 낙이 별로 없는 거예요.


헛헛함에 한숨이 늘어나고, 일상이 허무하게만 느껴지셨을 겁니다.

그런 엄마가 짠해 보여요.


친정에 가더라도 바쁘다는 핑계로 오래 같이 있어드리지도 못하고, 자주 가지도 못합니다. 그러니 엄마가 안쓰러우면서도 당장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으니 순간 회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철이 덜 들었지요!

아직도 엄마, 아빠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하고 있으니..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명대사가 떠오릅니다.


부모는 미안했던 것만 사무치고
자식은 서운했던 것만 사무친다.
사진 출처 : 핀터레스트

MZ세대를 자식으로 둔 지금의 부모는 또 다르겠지만,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모들은 여전히 자식들에게 헌신적입니다.


아낌없이 다 주면서도 자녀에게 더 못준 것, 더 잘해주지 못한 것, 실수한 기억 등 미안한 일들을 마음에 담고 후회와 자책을 하십니다.


반면 자식은, 부모가 자신에게 했던 작은 서운함이나 무심했던 순간만을 또렷이 기억하며, 그 감정을 오래 담아둡니다.


그렇지 않나요?


10~20대 철부지보다는 낫겠지만...

저도 자식을 낳아 키우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엄마, 아빠의 마음을 • 사랑을 다 헤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부모고, 자식은 자식인가 봐요.




마흔이 접어든 후로 문득문득 엄마, 아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점점 더 약해지고 작아지는 부모님을 뵐 때마다 제 마음도 예전 같지가 않아요.

효도까지는 아니어도 엄마, 아빠를 기쁘고 즐겁게, 또 환하게 웃게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엄마에게는,

가장 힘이 나는 순간 중 하나가 음식 할 때, 특히 김치 할 때 같아요.

그래서 엄마한테 이제는 이렇게 얘기해요.


“엄마 힘드신데 하지 마세요!”가 아니라


“엄마~ 좋아. 해줘!”

“이건 어떻게 만들지?”

“여기엔 뭐, 뭐가 들어가?”

“울 엄마 김치 덕분에 살 붙게 생겼네.”

“너무너무 맛있겠다.” 등등

이렇게 말이에요.


사실이기도 하고 엄마가 한 번이라도 더 웃으시고 기운 나실 수 있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폰 연락처에 엄마 별명을 “김치박사”라고 저장해 놨는데요. 예전에 조그마한 식당을 하셨을 때도 손님들이 김치 맛이 끝내준다고 했을 정도로 엄마 손맛은 알아준답니다.


저희 엄마는 김치를 하실 때,

말린 고추를 물에 불려 분쇄기로 간 다음, 냉동해 두고 김치와 겉절이를 하실 때마다 해동해 쓰십니다.

고추 갈아놓은 게 꼭 들어가야 한다고 늘 말씀하세요. 고춧가루만 넣으면 맛이 잘 살지 않는대요.


엄마가 음식을 만드실 때처럼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더 자주 보고 싶습니다.


김치가 유난히 깊은 맛이 나고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이 살아있는 엄마의 비법엔 마늘의 양도 핵심입니다.


시골 산에서 내려오는 물로 김치 재료를 씻고 알게 모르게 맑고 깨끗한 시골의 기운이 들어가 김치맛을 더 좋게 할 수도 있습니다.

김치를 버무릴 때 엄마 손에서 나오는 기도 무시 못하고요.


시댁에 김치가 아무리 많아도

(시어머니 김치도 맛있는데…)

친정엄마가 별미로 보내주시는 김치맛을

시아버지께서는 으뜸으로 여기시곤 합니다.

“안사돈 김치맛은 일품”이라 하시거든요.

저한테도 엄마 닮아서 손맛이 좋다고 하셨고요.

“톡톡톡”

“톡톡”

김치 유산균이 살아있는 울 엄마 김치


다발로 들어 올리니 어찌나 묵직하던지요…

무게가 장난이 아닙니다.

여수 갓은 이렇게나 굵어요.

먹음직스럽죠?^^

꺼내 먹을 때 편하게 가지런히 담아

김치냉장고에 보관해 놓고 먹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그리고 진짜 살찌게 생겼어요.

갓김치도 밥도둑이에요. 입맛이 돌고도 남아요.

엄마 김치 계속 생각나 도시락도 싸갖고 출근합니다.❤️ 요즘 너무너무 행복해요^.^


아빠가 자식들에게 주려고 정성껏 가꾸시고 엄마가 작품으로 완성한 갓김치.


그 사랑을 먹으며 매일매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


엄마, 아빠 최고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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