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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성화 Jul 08. 2024

나는 늙은이인가 젊은이인가

무슨 근거로 젊은이와 늙은이를 구분하는가

최근에 「나는 죽을 때까지 지적이고 싶다」 이 책의 프롤로그를 다시 들춰봤습니다. 10쪽을 펼치면...

중간 생략
...
나는 죽을 때까지 젊은 지성인으로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다. 여기서 '젊은 지성인'이란 헨리포드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배우기를 멈추는 사람은 스무 살이든 여든 살이든 늙은이다. 계속해서 배우는 사람은 언제나 젊다.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은 젊은 마음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라는 말. 아무리 보톡스를 맞고 성형을 해도 배움을 멈추면 우리의 정신은 늙고 병든다.

이하 생략
헨리 포드(Henry Ford : 1863년 7월 30일~1947년 4월 7일)
자동차는 부자들만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20세기 초, 미국 Ford Motor Company(포드 자동차 회사)를 창립한 헨리 포드.

그는 세상을 바라볼 때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 관점대로 실천한 분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그가 살면서 했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명언이 되어 후대를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요.


며칠 전 퇴근을 한 시간 남겨놓고 아버님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퇴근하고 가게(떡방앗간)에 들렀다 가라는 말씀이었어요. 저는 '무슨 일이지?' 하면서 퇴근하자마자 아버님 가게로 갔습니다.


아버님께서 카드단말기에 끼울 새 종이뭉치를 주시면서 하시는 첫마디가

나 이거 안 해봤어.

였습니다.

아버님, 저도 안해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카드단말기를 열어서 새 종이뭉치를 끼우고 다시 닫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것이었음에도 해 볼 생각조차 안 하시고 제가 갈 때까지 기다리셨답니다.




그리고 주말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토요일 점심때쯤 아랫집 아주머니께서 팥죽 갔다 먹으라고 부르셔서 들렀다가 차 한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저씨의 오랜 간병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진 아주머니께서 아르바이트를 다니시는데 교통비만 한 달에 6만 원 이상이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충남은 75세부터 무료 교통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기에 아직 75세가 되지 않으신 아주머니께서는 교통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하셨어요. 생활비로 당장 현금이 부족할 때는 신용카드도 쓰시는데 아무리 아껴 써도 한 달에 기본 40-50은 쓰신다는 것. 제가 알고 있는 아주머니는 절대로 본인을 위해 돈을 쓰시는 분이 아닙니다. 다 아저씨한테 들어가는 돈이거나 자식들을 위해 쓰시지..

일반적인 생활비는 몰라도 대중교통비가 고정적으로 6만 원 이상 나온다기에 아주머니께 알려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현재 제가 사용하고 있는 '케이뱅크생활통장'에 대해 알려드렸습니다.

케이뱅크 생활통장은 일반 입출금 통장인데 300만 원까지 넣어놓고 있으면 생활비에 연 2.0% 이자가 붙는 온라인 통장이고 계좌번호가 핸드폰번호라서 외울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이기도 합니다. 어르신들께 딱이죠!


게다가 생활통장과 연결되는 체크카드는 모든 은행에서 입출금 수수료가 무료입니다. 또한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시는 분들께는 특히 좋은 게요. 대중교통을 탈 때마다 20~53% 교통비 할인이 됩니다. 일반은 20% 적립, 만 19~34세의 청년은 30% 적립, 저소득층은 50% 적립 이렇게 나뉘어 있습니다. 19세 이상 국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교통비 할인카드입니다.


지금 현재 아주머니의 상황에서는 케이뱅크생활통장체크카드가 딱이다 싶어서 말씀드렸는데요.

한 번도 안 써봐서 그냥 쓰던 걸로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친정엄마 같은 분이라 자주 왕래하고 소통하는데 이럴 땐 참 안타까워요.




일요일이었던 어제 아침에는 동네할머니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장마라 비가 막 쏟아지고 있었고 일요일이라 늦게까지 자려고 누워있었는데 동네할머니 전화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TV를 틀었는데 TV가 안 나와서 몸이 닳으셨던 것.

보통은 외부입력 버튼이 잘못 눌러져 있어서 TV가 안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어제는 그런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기상악화로 입력신호가 약해서 TV가 안 나왔고 날씨가 개면 자동으로 좋아지니까 기다리셔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당장 TV를 못 보시니 많이 속상해하셨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덧붙여 할머니께 날씨가 좋아졌는데도 안 나오면 그땐 고객센터로 전화를 해서 기사님을 불러야 하니 그때 다시 전화를 달라고 말씀드린 후 다시 집으로 왔지요.


아직은 60대의 젊은(?) 우리 아버님, 70대 초반의 친정엄마 같은 아랫집 아주머니, 올해 구순이신 동네할머니.

과연 이 세분의 공통점은 뭘까요?

안타깝게도 간단한 기계 조작조차도 두려워한다는 사실입니다. 만지면 고장 날까 봐, 어떻게 될까 봐 만져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안타까워요.


어린아이들을 관찰해 보면 이런 두려움이 전혀 없습니다.

아이들은 손에 쥐어주마자마 바로 이것저것 눌러보고 안되면 되게 조작하고요. 알려주지 않아도 순식간에 방법을 터득합니다.

호기심으로 가득 차서 그 호기심을 뚫으려고 일단 해보고 안되면 될 때까지 하지 어떻게 될까 봐 겁을 먹거나 걱정하지도 않지요!


시아버님은 현재 60대인데 제가 결혼했을 당시에는 50대였는데도 지금과 같았습니다. 떡방앗간을 운영하고 계시면서 카드단말기 조작도 못하시고 핸드폰 메시지로 계좌번호도 보내줄 줄도 몰라 매번 남편과 저에게 시키십니다. 가르쳐드린다고 해도 배우려고 하지 않으십니다. 아직은 청춘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나이임에도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요?


70대 초반의 아랫집 아주머니께서도 그렇습니다. 교통비를 한 달에 15,000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는데도 마다하신다는 게 저로서는 처음엔 이해도 안 가고 답답했습니다. 떨어져사는 자식들한테는 짐 될까 어떤 얘기도 안 하시는 분이 딸같이 편해서 가까이 사는 저한테는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다 하십니다. 생활이 쪼들려서 스트레스받는다고 하시길래 알려드렸는데 앱 설치해 놓고 뭔가를 눌러야 되고 하는 게 귀찮고 두려워 안 하신답니다.


구순의 동네 할머니는 구순이니까 그런가 보다 합니다만...


그런데 계속 생각을 해보니 저희 아버님만 그렇겠습니까?

아랫집 아주머니와 구순이신 동네 할머니만 그러시겠냐고요.

생체 나이도 영향이 있긴 있겠지요. 아직은 그래도 한참 젊다고 할 수 있는 40대인 저도 몸과 마음이 20-30대와는 어딘지 모르게 다르다마다요. 나이도 못 속이고 몸도 못 속여요. 요즘에는 무의식 중에 하는 말과 행동으로도 나이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젊게 살려면 말과 행동도 주의하고 조심해야 하는 세상입니다. ㅎ 겉이 아무리 젊어도 다 티가 나거든요.

그 예로 젊은 사람들은 모바일폰을 사용할 때 자연스럽게 양손을 사용하고 무척 빠른 속도로 메시지를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나이 든 사람들을 한번 볼까요?

폰을 다룰 때 항상 한 손만 사용하고 특히 검지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을 누릅니다. 메시지를 보낼 때도 주로 검지손가락 하나만 사용하지요. 맞죠? 당연히 속도도 느리고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브랜드'라는 말을 쓰는데 나이 든 사람들은 '메이커'라고 하고요. 그리고 옷을 살 때 위와 아래 짝꿍인 옷을 젊은 사람들은 '셋업'이라고 하는 반면 나이 든 사람들은 '한벌' 또는 '세트'라고 합니다. 살을 빼려고 식이조절이나 운동을 하면서 '관리한다'라고 말을 하지 대놓고 다이어트한다라고도 말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의미는 같지만 표현을 다르게 하기 때문에 젊은이와 늙은이가 구별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혹여 제가 이런 얘기를 한다고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흉을 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세히 관찰해 보니 이렇다는 거예요. 저도 컴퓨터나 노트북은 양손으로 빠르게 잘 사용하면서 유독 폰을 사용할 때는 한 손만 사용하고 양손을 다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한 손만 사용할 땐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사용할 때가 많고요. 언제부턴가 습관으로 굳어져버렸을 텐데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제가 저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싶어서요.


나 자신을 아는 것, 내가 현재 어떤 위치인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아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달라서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 중에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그 무엇이 됐든 배움에 열정이 넘치시는 분들은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려고 하십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고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며 생기가 있어 보입니다. 걸음걸이와 움직임 또한 활기가 넘쳐 보이고요.

반대로 젊디 젊은 사람들 중에도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며, 꿈도 없이 하루하루를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는 사람을 볼 때는 원래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고 젊음의 끈기나 생명력도 느끼기가 어렵더라고요.


배우기를 멈추는 사람은 스무 살이든
여든 살이든 늙은이다.
계속해서 배우는 사람은 언제나 젊다.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은
젊은 마음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정말 이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나 이거 (한 번도) 안 해봤어.


라고 하신 아버님의 이 한마디로 10년 넘게 봐온 아버님을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배우기를 스스로 멈춘 사람.

배울 생각조차 안 하시는 분.


마음 같아서는 아버님께서 모르는 걸 자꾸 물어보시고 새롭게 알아가는 거에 재미를 느끼셔서 적극적이시기를 바라는데 아버님께서는 이런 게 싫으시답니다.

정말 잘 알려드릴 수 있는데 그러려고 해도 자꾸 피하시고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땐 부탁하는 게 아니라 그냥 무조건 시키십니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게 어려운 줄은 알지만 그래도 아버님은 여전히 떡방앗간을 운영하시고 현역으로 계시기에 배워야 할 것은 배우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배우기를 멈추는 사람은 스무 살이어도 늙은이고 여든 살이어도 늙은이랍니다. 저희 아버님이 그러고 보니 늙은이네요.


아랫집 아주머니도, 동네 할머니도. 연세가 있어서 늙은이가 아니라 배우기를 스스로 멈추었기 때문에 늙은이네요. 생각이 닫혀있어서 늙은이네요.


저도 한해 한 해가 갈수록 생체 나이와 함께 몸이 바뀌고 정신도 변해 가겠지요! 새로운 걸 배우는 데 있어 지금도 별 차이 없이 그냥 달려드는 편이긴 한데 언제 어떻게 변할지...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

70대가 되어서도 저는 배우는 걸 즐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고 젊게 살아가는 제 모습과 만나고 싶거든요.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

10년 단위로 이 글이 저에게 경각심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기록을 하고 저장을 하고 발행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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