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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Aug 04. 2018

내가 경험했던 9가지 채용 실수 (스타트업)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은 뼈아픈 실패의 경험

지금까지 약 1,000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결과가 참 다이나믹하다. 물론 채용 후 One Team이 되어 회사도 성장하고 개인도 성장하는 아름다운 스토리가 많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은데 몇몇 케이스들을 모아 보면


- 입사 후 일주일 혹은 한 달 안에 그만두는 사람

- 인터뷰 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입사 후 잡음이 많이 나오는 사람

- 입사 초기 높은 성과를 보여주다가 6개월 지나고 급속도로 안 좋아지는 사람

- 이제 막 자리잡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는 사람

- 회사가 성장하면서 더 큰 role을 맡겼는데 잘 해내지 못하는 사람

- 입사 후 꼰대의 기질을 보이기 시작하는 사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가슴 아프지만 인터뷰 과정에서 어떤 실수가 있었는지 돌이켜 본다.



1. 무당신드롬

짧은 대화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 줄 잘 알 수 있다는 착각. 채용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10~20분이면 대충 느낌이 오긴 온다. 지금까지 어떤 회사를 거쳐왔고,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중요한 의사결정/문제해결을 왜/어떻게 했는지 물어보면 대략적인 역량 수준에 대해 감이 온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추측이고, 그러다 보면 실제로는 괜찮은데 별로라고 오해할 수도 있고 반대로 실제로는 정말 별로인데 괜찮은 사람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단 5분만 대화를 나눠보고 '정말 괜찮네'라고 생각해서 뽑고, 실제로 그 사람이 괜찮은 퍼포먼스를 내면 '내가 이렇게 사람을 잘 본다'라는 큰 쾌감이 있다. 그러나 만약 그 사람이 개판을 치기 시작하면 훨씬 더 큰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인터뷰라는 형식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서 내가 사람을 잘 못 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확신이 올 때까지 이런저런 질문을 계속 던져보고, 치열하게 레퍼런스 체크를 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더군다나 한명 한명이 정말로 중요한 스타트업에서는 더더욱 그런 것 같다.


2. 지킬박사와 하이드 Risk

입사 전 Dr.Jekyll. 입사 후 Mr.Hyde

인터뷰는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자리이다. 구직자의 스킬에 따라 매우 정제된 모습만을 보여줄 수 있고, 그게 숙련된 사람일수록(경험 상 그걸 숨겨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 잘 숨겼던 것 같다) 인터뷰어가 절대 알아차릴 수 없도록 좋은 모습만 연출할 수 있다.


지인 추천을 통해 채용하거나, 레퍼런스 확인을 하지 않는 한(실제 인터뷰 때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레퍼런스 체크 내용에 화들짝 놀라서 결정을 바꾼 경우도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이 risk를 제거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 입사 후에 이런 사람을 권고사직으로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이를 파악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이들은 강한 생존본능이 있어서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3. 경력자의 환상 - 백마 탄 왕자는 없다

회사 직원이 20명이 넘어가면서(대부분은 경력 3년 미만의 주니어들) 그동안 좌충우돌, 고군분투로 수많은 이슈들을 해결하는 게 굉장히 비효율적이란 사실을 깨닫고 경력자/시스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경력자의 이미지는 마치 '백마 탄 왕자'와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처음 해보는 거라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를 먼저 경험해 본 경력자가 와서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경우는 실패로 끝났다. 역시 현실에 백마 탄 왕자는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우리가 하던 일들 자체가 대부분 기존 시장에 없었던 새로운 일이었기 때문에 경력자가 와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경력자의 경험이 도움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경험이 독이 되어 새로운 걸 받아들이지 않으려 해서(그리고 대개는 그들이 더 잘 안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물론 모든 경력자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적어도 기대감을 갖고 경력자를 채용할 때는 이 사람의 어떤 경험을 사고자 하며, 때로는 생각처럼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 같다.


4. 알바생 뽑는 게 아니라면 장기적인 관점으로

채용할 때는 주니어로 뽑지만 스타트업 특성상 이 사람이 언제 팀장급 혹은 경영진이 될지는 모를 일이다. 주니어를 채용하는데 팀장급을 뽑는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 주니어는 대부분의 경우 중간에 낙마하거나(스타트업에겐 큰 손실이다) 팀장급이 됐을 때 회사에 큰 손실을 줄 것이다.


이 사람이 어떤 motivation을 갖고 있고, learning curve가 빠른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여부인데, 장기적인 관점에선 이러한 것들이 훨씬 중요한 것 같다.


5. 말로는 나도 Elon Musk

이 부분은 특히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군에서 많이 겪은 시행착오인데, 말하는 것과 실무능력은 별개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획, 개발, 디자인 등 전문 스킬이 필요한 영역은 그 역량을 볼 수 있는 사람이 검증을 하거나, 여러 사람이 크로스체크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디자인의 경우 정답이 없고,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검증 과정을 거치기가 여러모로 어렵다는 게 함정이다.


꼭 위에서 언급한 직군이 아니더라도 소위 말빨이 좋은 사람들은 본인의 하찮은 경험 혹은 프로젝트의 아주 작은 contribution을 엄청난 성과로 잘 포장한다. 심지어 큰 회사에서는 이들이 승승장구하기까지 하는데, 실무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핵심인 스타트업에서는 이들이 큰 마이너스가 된다.


6. 인재와 최악의 직원은 종이 한 장 차이

뛰어난 인재와 최악의 직원이 때로는 둘 다 '이상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일반인과 다른 독특한 모습, 스토리를 듣고 나면 마음이 끌리기 시작한다. 한번은 인터뷰를 하고서 '이 사람을 만난 건 정말 하늘의 뜻이다. 이 사람이 다른 회사로 가버리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며 흥분과 불안으로 말 그대로 밤잠을 설쳤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결과적으로 꽝이었다. 반대로 '뭔가 돌아이 같은데, 속는 셈 치고 한번 뽑아보자'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엄청난 성과를 내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이를 판단하는 건 아직도 쉽지 않다.


7. 연봉 500 아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과거에 경험했던 최악의 실수 중 하나인데, 비용을 save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P&L을 보다 보면 역시 눈에 띄는 건 급여 계정이다. 요새 구직난이라는데 소위 스펙/역량이 좀 떨어져도 열심히 할만한 친구를 낮은 연봉으로 뽑으면 손익 개선에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생각이 엄청나게 잘못된 생각이란 걸 깨닫는 데 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당시 이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뭐 뽑았는데 별로면, 다시 스탠다드를 높이면 돼지'라는 생각이었는데, 일단 스탠다드를 낮춰서 뽑으면 기존 인력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일부 악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들어오면 이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다. 개인별로 연봉 수준이 다를지언정 회사에는 항상 '베스트'만을 뽑는다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8. 기존 스탭들과의 조화도 고려

인터뷰에서 20분 정도 대화를 나누고 '이 분은 우리 회사랑은 뭔가 결이 맞지 않네'라고 생각하고 흥미를 잃어 갈 때쯤, 갑자기 흥미로운 스토리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마치 저평가된 가치주처럼 굉장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두 번 정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둘 다 입사 후 한두 달 후에 면담 신청이 들어왔다.


기존 직원들이 텃세를 부리고, 왕따를 시켰다기보다는 그냥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어색하고 피상적인 관계가 유지되다 보면 회사에서 겉돌게 되고 진심인지 모르겠지만 '지인으로부터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 와서 이직해야겠다. 죄송하다'고 둘 다 같은 스토리로 퇴사를 했다. 다양한 캐릭터의 사람들이 입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core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이 맞지 않는다면 어차피 입사해도 금방 나가는 것 같다.


9. 유학생. 그것이 알고싶다 (No Offense)

VC시절부터 지금의 패스트파이브까지 수많은 유학생들을 인터뷰하고 채용해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유학생은 variance가 굉장히 크고, 바꿔 얘기하면 어느 정도 '복골복'을 염두에 두고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학교 출신임에도 누구는 '기부 입학인가?' 싶은 사람도 있고, '이 학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훌륭한 학교구나'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해외에 어릴 때 넘어갔을수록, 또 오래 체류했을수록 좀 더 생각이 자유롭고, 돈 앞에서 합리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던 것 같고, 무엇보다도 레퍼런스가 별 의미가 없었던 게 유학생 사회가 굉장히 좁고, 대부분 친하기 때문에 나중에 본 실제 모습보다 레퍼런스가 더 좋았던 경우가 많았었다.



* 패스트파이브는 항상 인재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문의는 ceo@fastfive.co.kr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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