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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Dec 22. 2019

지난 6개월 간의 레슨들

브랜딩, 인재, 시장에 대한 관점들

벌써 연말이다. 정신없이 지나간 최근 6개월 동안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했고, 그만큼 뇌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느낌이다. 한두 가지 주제를 한 달 동안 치열하게 고민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을 통해서 얻은 나만의 레슨들을 정리해본다. 참고로 현재 회사의 스테이지를 숫자로 보면 아래와 같다.


- 19개 지점 운영 중. 4개의 신규 지점 준비 중 (Total 20,000평+ 규모)

- 주거서비스 1호점 운영 중. 후속 지점 매물 탐색 중

- 매출 Run Rate 연 500억 규모, 임직원 150명

- 누적 740억 투자유치



1. 브랜딩

'좋은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책도 읽어보고, 경험 있는 사람들과 얘기도 나눠보고, 나름의 조사를 하면서 생각을 많이 해봤다. 그 결과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일관성'과 '지속성'이라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물론 좋은 브랜드에 앞서 좋은 비즈니스와 서비스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대전제이고(브랜드는 좋은데 제품/서비스가 별로인 경우는 없다), 고객과의 접점 중에 어떤 가치/포인트를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각인시키느냐가 브랜딩의 요체라고 볼 수 있다. 대개는 우리 서비스에 무관심한 잠재고객의 머릿속에 조금이라도 자극을 남기려면 매우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그러한 측면에서 '일관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브랜딩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일관된 메시지를 던져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지/상'을 남겨야만 하고, 직/간접적인 체험을 통해 가랑비에 옷 젖듯이 긍정적인 경험이 누적되면 그게 로열티로 연결된다. 그리고 일단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선순환이 이뤄지기 시작해서 브랜드 파워가 눈덩이처럼 커지기 시작하는데, 그 궤도에 오르기까지 마중물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브랜딩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일관성'과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을까? 기본적인 철학, 미션, 비전이 탄탄해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내부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통된 브랜드 비전, 스토리가 있어야만 서로 다른 일을 하는 팀의 결과물에 일관성이 확보되고, 누군가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지 않아도 디테일에서 조차 일관성이 확보될 수 있다. 또한 누군가가 내부 구성원에게 끊임없이 우리 브랜드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면 그건 이미 실패라고 봐야 한다. 더 이상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가 추구하는 브랜딩의 방향성이 명확하게 서 있다면 누군가의 노력이 아닌 시스템으로 지속성이 담보될 수 있다.


2. 인재에 대한 관점

여전히 채용에 대단한 수준의 에너지를 쏟고 있다. 현재 잘하는 사람들, 아쉬운 사람들이 면접 때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지인의 추천은 어떠했으며 이전 직장 레퍼런스는 어땠는지 복기를 하며 나만의 기준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으려고 한다. 크게는 회사의 Core Value이기도 한 Excellence, Communication, Teamwork, Long-term Perspective란 기준이 있지만, Core Value에 온전히 담지 못한 인재의 속성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흥미가 많아서 자주 생각한다.


최근에 느낀 점 첫 번째는 인성/정직(Integrity)이 갈수록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이다.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수준이라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회사와 조직문화에 해악을 끼치는 미묘한 이벤트의 중심엔 개인의 인성과 관련된 요인이 꼭 있었다. 차라리 불법 수준의 사고를 치고 당사자가 빨리 퇴사를 한다면 그 이벤트만 수습하면 되지만, 교묘하게 나쁜 사람은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서서히 주변을 망쳐간다. 인성/정직과 관련해서는 계속해서 아주 높은 수준의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 두 번째는 인재들은 타고난 Learning Machine들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지식을 빨리 습득한다기보다는 호기심이 왕성하고 무엇이 중요한 지 우선순위와 포인트를 잘 잡는다. 요새는 직원이 많아져서 개개인의 성장을 피부로 느끼기 어려운데, 가끔씩 놀라운 결과물과 그 뒤에 숨겨진 고민들을 보면 역시 회사의 양적/질적 성장은 속한 인재들의 양적/질적 성장과 비례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모든 게 완벽한 인재는 있을 수가 없다는 것도 느낀다. 대개는 그 사람을 특별하게 만드는 장점이 다른 상황에서 단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러한 면에서 인재들의 단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의 회사의 시스템, 조직문화, 사람들 간의 관계 형성, 회사에 대한 신뢰/로열티가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부동산 시장에서의 기회

근래 6개월 간 느낀 것 중에 하나는 공유오피스(정확히는 Space as a Service가 더 포괄적인 의미. 요새는 공유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입주하는 큰 업체들이 많이 늘었다)가 부동산 시장을 집어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자본을 흡수해왔고, 앞으로도 흡수할 부동산 시장의 핵심 기관들, 핵심 인물들이 우리를 모두 찾아오고 있다. 건물을 사고파는 자산운용사/신탁사, 신축 건물을 올리는 시행사/건설사, 국내/해외 기관투자자들, 요새 핫한 리츠와 크고 작은 건물의 건물주들까지. 별다른 노력 없이 부동산 업계의 정보가 몰리는 걸 보면서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기회가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느낀다.


패파에게 대단한 역량이 있다기보다는 '공실관리/운영'에 있어서 압도적인 역량을 갖고 있고, 부동산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모두 고민하는 건 흘러 흘러 결국 '공실'이기 때문에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도 있다. 시장이 혼란스러울 때 우리의 역량을 더욱더 극대화하면 현재의 스타벅스가 건물주에게 갖는 위상, 그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비전을 가져본다.


4. 주거서비스의 가능성

지난 1년 간 주거서비스를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실무진들이 많은 고생을 했는데 그만큼 많은 레슨들을 쌓았다. 결론은 타이밍이 다소 이른 느낌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주거서비스 시장에도 마찬가지로 거대한 기회가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 준비하기에 앞서 2년 정도를 리서치했는데,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누구를 만나도(여전히 오래전에 오픈한 영국의 The Collective, Old Oak를 모두 레퍼런스로 얘기할 만큼 업계의 발전이 더딘 편. 최근 1-2년 사이에 해외에서는 주목할만한 스타트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식이 돌고 도는 느낌이었다면 실제 해보니 확실히 살아있는 지식을 쌓게 되었다.


현재 주거시장(단기적으로는 1인 가구를 지칭하지만 길게 보면 아파트도 포함)은 크게 왜곡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월세'라 함은 '가급적 내지 말아야 할 돈', '아까운 돈'이란 선입견이 있다. 그 심리적 허들로 인해 자산가치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월세로 인한 cash flow는 발생하지 않거나(전세), 받는다고 하더라도 자산가치 수준을 고려하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자산가치의 상승은 Peak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버블이 터질지는 모르겠지만 경제성장률 수준으로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안정 상태), 시장의 모든 흐름이 '월세의 시대'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 측면에서 보면 서비스 수준은 정말 낙후되어 있다. 직접 해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은 더 심하다고 느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분양가'라는 것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서비스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들 영혼 없이 기존에 하던 대로 하고, 아무도 고객을 생각하지 않는다(분양받는 사람에게 욕먹지 않을 수준으로만). 어떻게든 용적률 딱 맞춰서, 공사비/공사기간 관리해서 건축비를 아끼고, 어떻게 마케팅으로 현혹해서 팔까라는 생각에 특화되어 있다. 우리는 1호점을 통해 시스템을 해킹하기 시작했고, 후속 지점에서 더 많은 레슨을 쌓아서 '월세의 시대'에 가장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를 해야겠다.


5. 위워크 사태 - 보수적인 접근의 중요성

2018년에 위워크코리아는 정말 무서운 기세로 신규 지점을 오픈했다. 3월부터 시작해서 매월 한 개씩 오픈했고 작게는 1,000평, 크게는 3,500평 규모의 지점을 오픈하면서 '역시 글로벌 기업 위워크'라는 유명세를 많이 얻었다. 위워크코리아가 한국에 1호점을 오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위워크 내부에 정통한 지인이 얘기를 했다. '한국에 2,000억을 쓸 거라는데?'라고 해서 나는 2,000만불을 2억불로 잘 못 들은 게 아닐까 생각했던 기억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사실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Too much money will kill you가 되어버렸다.


2018년 당시에 내부 회의를 하면서 시장 선점, 장기적인 투자라는 미명 하에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유혹이 있었지만, '위워크가 갑자기 휘청인다면?'이라는 생각에 결국은 보수적으로 천천히 가기로 결정을 했다. 당시만 해도 위워크의 내부 사정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미국/유럽 쪽 수치는 확인할 수 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았다) 상상하기 쉽지 않았지만 불과 최근 6개월 사이에 상상했던 상황이 벌어졌고 천천히, 탄탄하게 가기로 한 결정은 근래 몇 년간 한 결정 중에 가장 잘한 결정이 되었다.


'나중에'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항상 적중한다. 시스템과 시장성이 검증되기 전에 막대한 자금을 통해 스케일업 하는 건 죽음을 앞당기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항상 자원은 부족하고, 어떤 이유론가 항상 절박해야만 혁신의 속도가 늦어지지 않고 건전한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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