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함께한 소중한 순간들
어느새 봄의 끝자락에 서 있음을 느낍니다.
어제 아내가 꽃을 보러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집에서 이미 두 송이의 꽃을 보고 있으니 괜찮다고 대답했죠. 하지만 아내는 그런 소리는 그만하고, 퇴근 후 주차장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도착하니,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만개한 꽃망울들이 반겨주었습니다.
꽃 구경을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늘 오후에는 비가 올 예정이라고 하니, 어제의 벚꽃이 더욱 찬란하게 빛났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이 짧은 시간 속의 아름다움을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지요.
싱그러운 연인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도 아내의 손을 슬쩍 잡아보았습니다. 물론 아이가 있어 둘만의 시간은 늘 아쉽기만 합니다.
질투심이 강한 아이는 제가 아내와 대화할 때마다 샘을 내곤 합니다. 아마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싫은가 봅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가 저와 아내의 사진을 기꺼이 찍어주었습니다. 이렇게 아이는 어느새 자라나고 있습니다. 봄이 더디게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가 찍어준 사진을 보며, 20년 후에도 이렇게 셋이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 자란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는 부부의 모습이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었습니다.
벚꽃길을 걸으며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각자의 가족과 행복, 사랑이 각기 다르게 존재합니다. 사진을 찍는 순간만큼은 그 배경이 되는 벚꽃이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마치 B612에 사는 어린 왕자에게 소중한 장미 한 송이가 있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특별한 꽃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오후 비바람이 쳐서 꽃들이 힘없이 지겠지만, 그 생각이 드니 마음 한켠이 아려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찬란한 꽃들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아내의 따스함이 아직 제 손에 느껴집니다.
비가 내려 마음속의 어지러움이 모두 씻겨 나가길 바랍니다. 벌써 저녁이네요. 낮이 길어져 아직도 밝습니다.
어둑어둑해지면 눈을 감습니다. 아내와 아이, 그리고 꽃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이 아름다움을 당신과 함께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오늘 하루도 기분 좋으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