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진짜 선물
"부모가 잘못해서 아이한테 나쁜 일이 생길 가능성은 아주 낮아요. 반대로 노력을 많이 해도 아이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정도도 아주 낮습니다. 이렇게 하건 저렇게 하건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죠."
조선미 교수의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마음 한편이 편해지면서도 당황스러웠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매일 고민하고 있던 육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참 바쁘게 살고 있다. 아이를 위해 육아서를 뒤적이고, 교육 관련 영상을 찾아보며 더 나은 부모가 되려고 애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 학생들과 시작한 감사 일기에서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한 학생이 "엄마가 아침밥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썼다. 나는 "바쁘신 엄마가 아침 준비를 해주시니 정말 고마운 일이지"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이의 대답이 예상과 달랐다. "우리 엄마는 하나도 안 바쁘신데요."
그 순간 깨달았다. 아이에게는 바쁘지 않은 엄마, 여유 있는 부모가 더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부모 세대는 달랐다. 온라인 쇼핑도, 교육 콘텐츠도 없던 시절이었다. 교보문고 온라인 서점이 1997년에야 시작되었고, 네이버 블로그는 2003년, 유튜브는 2005년에 등장했으니까. 그때 우리 어머니는 무거운 책을 직접 들고 와서 책상에 쌓아주시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우리는 잘 자랐다.
지금 우리에게는 다양한 도구들이 있다. 식기세척기, 건조기, 로봇청소기까지. 예전보다 훨씬 많은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이 여유를 모두 아이에게 쏟아붓지 않는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보면 정말 놀랍다.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배우는 존재들이다. 부모가 걱정하지 않아도 스스로 잘 해낸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강하고 지혜롭다.
수많은 교육 정보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적용하려고 하면 오히려 아이에게 부담이 된다. 마음에 드는 한두 가지만 선택해서 자연스럽게 적용하면 충분하다. 완벽한 부모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육아 전문가들도 자신의 아이 앞에서는 시행착오를 겪는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배워가며 성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아이는 생각보다 빨리 자란다. 함께 웃고, 때로는 함께 눈물 흘리는 이 모든 순간들이 훗날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된다. 그러니 조금 더 여유를 가져보자. 취미도 즐기고, 자신만의 시간도 가지면서 말이다. 그런 부모의 모습이 아이에게는 더 큰 배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