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넘어 배운 감정의 온도

by 정상가치

책상 앞에 앉아 생각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화가 많았을까.


"우리 아이에게는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제대로 알려주어야 합니다."
- <이토록 다정한 사춘기 상담소>, 이정아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자주 느꼈다. 내가 준비한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을 보며 무시당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의 감정이 폭발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은 오해였다. 아이들은 단지 친구와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린 마음에 호기심이 많았을 뿐이었다.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물건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시던 분. 그런 아버지가 무서웠고,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도 교실에서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하면 오히려 코끼리가 떠오르는 것처럼, 닮지 않으려 할수록 더 닮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40대 후반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나는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는 것을.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전환점은 독서였다. 작년부터 시작한 블로그를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되었다. 40년 넘게 외면했던 내 모습을 발견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감정이란 본래 흘러가는 것이다. 억지로 붙잡으려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분노의 순간을 견디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견고한 내면을 기르는 것이고, 지금의 감정이 일시적임을 아는 것이다.


요즘 교실 풍경이 달라졌다. 떠드는 학생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선생님의 관심이 필요했구나. 여기서 수업을 들어보자." 지각하는 학생에게도 "학교에 와줘서 고마워, 반가워"라고 인사한다. 작년에 29번 지각했던 학생이 올해는 거의 지각하지 않는다. 다른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에게는 단호하면서도 따뜻하게 말한다. "그 행동은 잘못됐어. 바로 사과해야 해. 그래도 선생님은 너를 좋아해."


변화는 가능하다.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반드시 성장할 수 있다. 2025년 3월 25일, 블로그를 시작한 그날부터 나는 조금씩 변해왔다.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휘둘리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 학생들에게 소리를 지른 적이 한 번도 없다.


아이에게 화를 내면서 아이에게는 화내지 말라고 가르칠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아이에게 요구할 수는 없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내와 나는 딸에게 소리를 지른 적이 없다. 사춘기가 와도 이 원칙을 지킬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이제 확신한다. 몸은 자랐어도 마음은 여전히 7살 때의 그 아이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부모님들께 제안한다. 언제 화가 나는지, 부모님의 부모님은 언제 화를 내셨는지 생각해보시길. 그 패턴을 끊을 수 있다.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고, 그 지혜를 아이에게 전해줄 수 있다. 순간의 감정에 매몰되지 말고, 든든한 내면으로 감정을 흘려보내는 법을 가르쳐주자. 그러면 아이의 마음도 더욱 단단해지고, 긍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토요일 오후, 가족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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