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등 뒤에서 세상의 온도를 배웠다

by 정상가치

뉴스를 끄고 현관문을 열면, 비로소 세상은 진짜 얼굴을 보여줍니다. 어제저녁, 저는 그 온기 어린 민낯을 마주했습니다.


늦잠으로 아침 운동을 건너뛴 탓에 저녁 식사 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파트 헬스장으로 향했습니다. 러닝머신 위를 걸으며 습관처럼 오디오북을 켰습니다. 성우님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에 흐를 때였습니다. 통창 너머로 들어온 한 가족의 풍경에 순간 숨을 멈췄습니다.


킥보드를 탄 두 아이의 뒤를 아빠로 보이는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따르고 있었습니다. 제 시선을 붙잡은 것은 그의 표정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행복을 담은 듯 해맑은 미소.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 페달을 밟는 그의 모습은 '내가 너희 뒤에 있으니 안심하고 세상으로 나아가렴'이라는 따뜻한 응원처럼 보였습니다. 어둠이 내려 아이들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빠의 미소만으로도 그들 주변의 공기가 얼마나 포근할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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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으니까요."


언젠가부터 자녀 교육에 관한 글을 쓰며 제 안의 망상활성화계(RAS)는 유독 다정한 부모의 모습을 포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뚝뚝했던 아버지를 보며 자란 제게는 일종의 대리만족일지도 모릅니다.


잠시 후, 헬스장을 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에 또 다른 아빠를 만났습니다. 네 살배기 딸의 작은 보폭에 맞추어 걷고, 스스로 차도 쪽에 서서 아이를 보호하던 그의 뒷모습. 화려한 말이나 행동 없이도 사랑은 이토록 명징하게 전달됩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 가사처럼,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세상 그 어떤 풍경보다 아름답습니다. 삭막한 뉴스가 외치는 세상과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세상의 온도는 이토록 다릅니다.


어제의 그 장면들을 떠올리는 지금, 헬스장의 소음이나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희미합니다. 오직 아이의 뒤를 묵묵히 따르던 두 아빠의 모습만이 선명하게 남아 가슴을 덥힙니다. 평범한 일상을 보석처럼 빛나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을, 어제의 밤은 제게 다시 한번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아이의 뒤를 걷는 그런 분이시겠지요. 그 따뜻한 사랑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당신 덕분에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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