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도파민이 아니라 세로토닌의 언어로 말한다

by 정상가치

아이를 키우며 세상의 우선순위가 재편성되는 경험을 합니다. 아이의 작은 웃음이 온종일의 피로를 잊게 하고, 아이의 편안한 잠이 세상 가장 큰 평화가 되기도 합니다. 곤히 잠든 아이의 숨소리를 들을 때면, 행복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어제는 아이가 사탕 하나를 스스로 까보겠다며 낑낑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더운 날씨에 살짝 녹아 끈적해진 사탕을 입에 넣는 순간 아이의 얼굴에 번지던 순수한 환희. 어른의 눈에는 사소해 보이는 그 순간이 아이에게는 온전한 행복의 순간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런 작은 행복에 무뎌졌을까요?


아이의 행복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의 소망일 겁니다. 그 방법을 고민하던 중, 서울대 소아청소년 정신과 김붕년 교수의 책 <아이의 뇌>에서 의외의 해답을 발견했습니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행복은 절정감(흥분 상태)이나 성취감과는 다른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 즉 일상의 반복을 통해서 얻어진다. 신경전달물질로서 표현한다면, 행복은 흥분을 주관하는 도파민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세로토닌에 의해서 조절되는 것이다.
<아이의 뇌>, 김붕년


행복이 짜릿한 쾌감을 주는 도파민이 아닌, 평온한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의 영역이라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올려가며 자극적인 쇼츠 영상을 넘길 때의 저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나른한 오후에 진짜 평온을 느꼈으니까요.


얼마 전 주말, 강화도에 있는 한 그림책 도서관에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1만 권이 넘는 그림책과 '소금', '후추'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있던 곳. 처음엔 고양이를 무서워하던 아이가 다른 사람을 따라 조심스럽게 '궁디 팡팡'을 시도했습니다. 아이의 서툰 손길에 고양이가 몸을 맡기자, 아이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났습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작은 생명과의 교감에서 피어나는 행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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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아이가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를 '지루함'으로만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편하고 안정된 상태를 지루한 것으로만 해석하면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지루함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이들이 행복을 경험하기 위한 필요조건인지도 모른다. <아이의 뇌>, 김붕년


도서관 식당에서 고르곤졸라 피자를 먹던 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꿀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제 몫의 꿀을 망설임 없이 건넸을 때, 아이가 보여준 해맑은 미소는 그 어떤 달콤함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작은 양보가 아이의 행복으로 치환되는 순간, 그것이 바로 부모가 느끼는 세로토닌의 행복이겠지요.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행복을 특별한 성취나 화려한 사건 속에서만 찾아 헤맸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진짜 행복은 반복되는 일상의 편안함 속에, 느긋하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 조용히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바쁜 삶의 장면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그 느긋함을 발견하는 것. 오늘, 당신의 세로토닌은 언제 분출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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