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등바등 글을 쓰면서 죽자 사자 매달리는 사람이 한 명

by 정상가치

"이 여정만 보면 겉으로는 실패의 연속이다."

-박선오


박선오 작가는 프로 마술사가 되지 못했다.

배우도 되지 못했다.


나는 어떨까?

나는 종이책 작가가 되지 못했다.

전자책도 출간하지 못했다.


코치님의 응원에 힘입어 종이책 원고를 썼다.

야심 차게 투고도 했다.

그리고 돌아온 메일은 거절의 메일뿐.


아직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을 받은 건 아니라고 자위해도 의미는 없다.

출판사에게 매력적이지 못 한 원고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면 바로 심호흡을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


아뿔싸.

오늘은 긍정으로 전환할 에너지가 없다.

그냥 이렇게 가라앉는 날도 나쁘지 않다.


비가 와서 그런 날인가 보다 하는 생각도 잠시.

다시 맨 위에 쓴 인용구를 읽어본다.

"이 여정만 보면 겉으로는 실패의 연속이다."


겉으로 보면 실패의 연속이 맞다.

1년 넘게 글을 쓰고 있지만, 딱히 이룬 건 없다.

그나마 블로그에 5천 명이 넘는 이웃이 있지만 그뿐이다.

하루에 100명씩 서로 이웃을 추가해서 생긴 숫자다.

5000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다.


그런데 이렇게 쓰다 보니 힘이 난다.

생각해 보면 딱히 잃은 건 없다.

시간? 어차피 스마트폰 게임이나 하고, 넷플릭스를 봤을 시간이다.

돈? 일대일 코칭에 돈이 들어갔지만, 그 이상으로 내가 성장했다.

경험? 책 원고를 쓰고 퇴고를 해봤다. 출판사에 투고도 해봤다.


얻은 것도 많다.

독서. 책을 쓰기 위해 책을 읽었다. 지금도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여는 앱이 밀리의 서재와 윌라다.

글쓰기. 매일 쓰다 보니 글 쓰는 속도가 빨라졌다. 글쓰기에도 근육이 있다면 이제 초보 티는 벗겨졌다.

경험.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다. 출간 기획서도 써 보고, 투고 이메일도 작성해 봤다.


혹자는 실패한 사람의 자위에 불과하다고 폄하할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그래서 안 된 거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는가?

이런 글을 솔직하게 쓸 수 있는 것도 과정에 포함된 것이다.

예전이었으면 나 자신을 멋지게 포장했을 거다.

진열대에서 한껏 꾸미고 늘어선 상품처럼 나를 보여주기에 급급했을 거다.


지금은 내 글을 읽어줄 한 명의 독자를 위해 쓴다.

그래, 맞다.

당신이다.


이런 제목임에도 클릭하고, 여기까지 읽은 당신 말이다.

난 운명과 인연을 믿는다.

운명 결정론자까진 아니어도 작가와 독자도 인연이 닿아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당신 한 명뿐이라도 괜찮다.

문자로 이뤄진 글 한 편으로 내가 당신의 머릿속에, 마음속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낭만적인가.


이런 넋두리를 해도 좋다.

아무도 읽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으로 쓰지만, 슬쩍 고개를 들어 내 글을 읽을 사람을 찾는다.

그래, 맞다.

당신이다.


<교훈>

그래, 맞다.

당신이다.


<진짜 교훈>

겉으로 보면 실패라고 보이는 일이 실제로 실패일 수도 있다.

그래도 아등바등 글을 쓰면서 죽자 사자 매달리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도 좋지 않을까?

그런 내가 포기하려는 당신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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