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책상 대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을 때, 우리는 어떤 말을 건네고 있나요? 아마 많은 부모님이 ‘잔소리’라는 익숙한 선택지를 꺼내 들 겁니다. 하지만 그 말이 아이를 진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으시나요? 오늘, 아이를 바꾸는 것은 말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한 권의 책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자녀가 반드시 '올바른' 결정을 내리게 하려고." 이 문장에서 주어는 명백히 ‘우리’, 즉 부모입니다. 아이의 삶에 놓인 수많은 갈림길에서 정답을 쥐고 있는 사람이 부모 자신이라 믿는 것이죠. 아이가 게임에 빠져있고, SNS의 세계를 헤맬 때 그것이 ‘틀린’ 결정이라고 단정 짓습니다.
하지만 잠시 우리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어떨까요. 누군가의 충고가 마음을 움직여 행동을 바꾼 기억이 얼마나 되시나요? 대부분은 그저 ‘듣기 싫은 소리’로 치부하지 않았나요. 공부하기 싫은 아이에게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귓가에 맴돌기나 할까요.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공부하기 싫을 때,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척’을 할 수 있는지를요.
저 역시 부모님의 잔소리가 지겨워 독서실로 피신했던 학생이었습니다. 독서실에 가는 행위 자체가 중요했죠. 그곳에서의 시간은 부모님께는 안도감을, 제게는 잔소리로부터의 해방감을 주었으니까요. 물론, 성적은 오르지 않았고 원하는 의대에도 갈 수 없었습니다. 수능 성적표를 받아 들고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홀로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제 인생이 실패로 끝났을까요? 아닙니다. 저는 교대에 진학해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지금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 누구의 강요도 없이 스스로 원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잔소리로는 아이를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16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며 얻은 확신입니다.
아이를 그저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될까요? 처음에는 자유를 만끽하며 부모의 허용적인 태도를 의심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쌓이면 아이는 불안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학교에서 본 시험지 위로 친구들과 자신의 격차가 선명해질 때, 가장 불안한 사람은 부모가 아닌 아이 자신입니다. 뒤처지고 있다는 감각은 그 어떤 잔소리보다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
김주환 교수의 저서 <<그릿>>에는 비슷한 사례가 등장합니다. 공부하기 싫다는 후배의 딸에게 그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네 인생의 규칙은 네가 만드는 거야. 네 인생은 네 것이니까."
그 말을 들은 아이는 한 달 넘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수업도 듣지 않고, 시험공부도 하지 않았죠. 결과는 당연히 ‘망친 시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인생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이는 공부하지 않는 삶이 더 지루하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깨달았고, 스스로 책을 펴기 시작했습니다. 즐기면서 하는 공부는 성적 향상이라는 당연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스스로 원해서 하는 행위가 주는 즐거움 때문이었죠.
우리 어른들은 아이보다 더 오래 살았기에 무엇이 ‘올바른’ 결정인지 안다고 착각합니다. 실패의 경험이 우리를 현명하게 만들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놀랍게도 아이들은 제대로 실패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시험공부를 하지 않아 망쳐본 경험도, 마음껏 놀아본 경험도 없습니다. 부모가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늘 부모가 정해놓은 길 위에서 착한 아이로 남아야 사랑받는다고 믿으며 자라왔으니까요.
우리는 아이가 공부를 잘해야만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은영 박사가 말했듯, 육아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녀의 독립’입니다. 아이의 인생은 아이의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행착오를 겪게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고3 수험생이 되어 공부를 놓아버리는 것과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러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일까요.
물론 ‘내버려둠’이 방임처럼 느껴져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간을 정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이의 인생에서는 아이가 정답입니다. 부모와 아이는 다른 우주를 가진 별개의 존재입니다. 부족해 보이고 연약해 보여도 아이는 우리와 다릅니다. 잠시만 아이가 스스로 넘어지고 일어서는 경험을 하도록 허락해주세요.
이 글은 저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 모든 아이에게 통용되는 법칙은 아닐 겁니다. 당신의 생각과 달라도 괜찮습니다. 그저 이런 관점도 있구나, 하고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이미 당신 아이에게 세상 최고의 부모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