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억에 남는 시가 무엇 인가요?"
취업 준비할 때 면접에서 두어 번 들었던 질문이다. 100장이 넘는 원서를 써서 간 면접 횟수에 비하면 그리 많이 들은 질문은 아니지만,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기에 들어서 이상한 질문도 아니다. 국어학 수업을 더 열심히 들었고 문학 수업 학점은 들쑥날쑥했던 건 제쳐 두자. 그렇다고 기억에 남는 시가 없는 것도 아니다.
교양선택 수업으로 '비평적글쓰기연습'을 들었다. 교수님께서는 글과 비평에 진심이고 엄격하신 분이라, 삐약삐약 학부생의 글도 냉정하고 가차 없이 평하셨다. 소위 학년이 올라가며 생기는 '짬'마저 없던 1학년에 그 수업을 들어버린 나는, 정말이지 처참하게 갈렸다. 스트레스가 심했던 나머지, 4번의 과제 중 2번은 도무지 글을 못 쓰겠다고 벽에 머리를 박으며 울부짖다가 결국 과제를 내지도 못했을 정도로. 그렇게 내 마음에 자상(刺傷)을 가득 남긴 수업은, 시집 한 권도 머리에 각인시켰다.
'엄마 걱정'. 초등학생 때인지 중학생 때인지 교과서에서 읽고 지나쳤던 시. 그 시인이 쓴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입 속의 검은 잎')을 읽고 비평하는 것이 수업의 세 번째 과제였다. 안 그래도 서먹한 시와 마주하자니 참으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몇 개의 시는 머릿속에 남았다. '질투는 나의 힘'은 그중 한 시다.
'질투는 나의 힘'에서, 화자는 부어오른 생채기를 문장으로 옮겨낸다. 기형도 시인은 질투, 걱정, 고독감 같은 소재들을 시로 오롯이 담아낸다. 그중 '질투는 나의 힘'은, 나중에 곱씹으면 살짝 부끄러울 수 있는 감정을 솔직하고 투명하게 담았다. 어찌 보면 치기 어린 자존심 같지만, 하지만 그때는 내 생활과 마음을 뒤흔들던 감정. 그만큼 중요했던 감정. 구름처럼 끼어 있고 가끔은 비를 호되게 뿌리는 감정이 이 시를 보면 떠오른다.
어미(語尾)가 주는 느낌을 더 잘 살려서 번역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일본어에선 종조사(終助詞)가 주로 그 역할을 할 테다. 그 미묘한 간극은 일본어 실력을 키웠을 미래의 나에게 숙제로 남길까 싶다.
[한국어 원문]
*출처 : '입 속의 검은 잎'(기형도, 1991). 문학과지성사. 50쪽.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그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 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긴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일본어 번역]
「嫉妬は僕の力 」
-ギ・ヒョンド(奇亨度)作
とても長い年月が流れた後
力のないしおりはこの紙を落とすのだ
その時僕の心はあまりにも多い工場を立てたので
愚かにもそれほど記録することが多かったな
雲の下をゆっくりほっつき回る犬のように
飽く事を知らず空中でためらったんだな
僕、持ち物はため息しかなく
夜の街ごとにぼんやりと青春を立たせて
生きてきた日々を珍しく数えてみたら
誰一人も僕を怖がってなかった
僕の希望の内容は、嫉妬だけだった
そうして僕はまずここに短文を残っておく
僕の人生は愛を探して迷い狂ったが
たった一度も自分を愛してなかったのだ
*찾아본 표현 中
세월 年月(としつき)
책갈피 しおり
어리석게도 愚(おろ)かにも
쏘다니다 ほっつき回(まわ)る
지칠 줄 모르고 飽(あ)く事(こと)を知(し)らず
머뭇거리다 ためらう
물끄러미 ぼんやりと
그 누구도 誰一人も
그리하여 そうして
짧은 글 短文
미친 듯이 (ます형)狂(くる)う-> 미친 듯이 헤매다 迷(まよ)い狂う
*미친 듯이 날뛰다 荒(あ)れ狂う / 미친 듯이 노하다 怒(いか)り狂う/ 미친 듯이 춤추다 踊(おど)り狂う
단 한 번도 たった一度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