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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ug 08. 2023

거리의 옷차림

끄적끄적

폭염길게 버스 탈 일이 있었다.

성격이 다양한 거리를 지나가는 노선이었다.

평일, 한낮.

따라서 남녀 승객들의 연령대도 폭이 넓었다.


코로나 시기의 어느 겨울,

한파가 불어닥친 추운 날 밖에 나가야 했던 적이 있었다.

추워서 나가기 싫었는데 막상 나가보니까 저절로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이 재미있네.

그날따라 잔뜩 움츠린 사람들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한파 주의보가 내린 날이라 남녀노소 불문 절대다수가 패딩을 입었고,

그 대부분이 검은색 롱패딩이었다.

추운 겨울 필수품인 롱패딩은 세탁을 자주 하지 않으니까 이해할 만한 현상이지.

나도 검은색 롱패딩을 온몸에 둘르있었네.



여름, 폭염의 옷차림은 혹한과 달랐다.

물론 상당수는 일정한 범주의 스타일이어서,

여자들은 나이 불문 원피스 차림눈에 띄었

젊거나 어린 여자들은 티셔츠에 짧은 반바지 차림이 적지 않았다

흰색, 하늘색 같은 밝은 색상이 많았고

남녀 모두 다림질이 필요한 옷감보다는 툭툭 털고 입을 수 있는 티셔츠 차림이 대세였다.

남자들은 반바지 차림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초여름이나 폭염이나 남자들 차림새는 크게 다르지 않아서

노소 할 것 없이 티셔츠에 바지라는 점은 같았지만,

노인분들은 카라가 있는 스타일,

젊은이들은 라운드 티를 주로 입었더라.

출퇴근 시간 버스달랐을 수 있겠다.


그렇게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가끔 놀라는 게,

특히 여성들 중에 차림새가 나이 불문 상당히 튀는 분들이 있다.

이를테면 어설픈 공주라든가,

카니발에서 20대 처자 흉내를 낸 듯 과장된 차림새.

젊은 처자들이 독특한 외양이면 그런가 보다, 할 텐데

연세 있으신 분들이 머리에서 화장, 옷차림까지 별다른 취향이면 절로 눈길이 간다.

그런 취향이 추운 겨울보다는 가벼운 차림새로 거리에 나오는 봄, 여름에 쉽게 발휘되는 것 같다.

얼굴은 심하게 노인인데 화려한 색상의 별난 디자인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공들인 모습이면,

누군가는 젊게 뵈려고 애쓴다, 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분은 젊었을 때부터 쭈욱 그런 취향이었을 거다.



자신의 특이한 감각을 살려서 본인 내키는 대로 차리는 개성을 존중한다.

사람이 꼭 남들 눈에 예쁘라고만 차려입지는 않는다.

나의 기분에 따라,

 나의 취향이 납득하는 차림새여야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울 것이다.

옷차림으로 심리를 파악하려는 심리학 분야도 있지만,

굳이 타인의 내면을 파헤치려 들지 말자.

본인 마음 가는 대로, 자기 마음이 편한 대로 차리고 나선 그 다양한 모습들이 거리를 활기차게 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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