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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ug 08. 2023

무대에 선다는 것

끄적끄적

<예술의 전당> 무대 뒤 좌석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관람한 적이 있다.

바로 아래로 연주자들과 지휘자의 움직임이 또렷이 보이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바이올린 활이 움직일 때마다 민소매 연주복을 입은  연주자들의 팔 근육이 움찔움찔거리고,

연주자들과 공감을 나누면서 온몸으로 연주하는 지휘자는 금세 땀으로 범벅이 되더라.

악기 연주에 체력이 정말 많이 필요하구나, 느꼈었다.



음악가가 재능과 노력만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는 타고난 재능에,

본인의 노력에,

더하여 부모의 뒷바라지와 교육 체계가 절실하지만.

일단 연주자가 된 뒤에는 연습과 연주 여행을 이어갈 체력이 필수다.

나이가 들면 음악가들은 체력적으로 무대가 굉장히 부담된다고 한다.


체력에 더해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을 가진 예술가들은 되돌릴 수도,

틀렸다고 고칠 수도 없는 단 한 번의 퍼포먼스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무대에 서는 그 순간에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맞추면서 노심초사한다.

함께 무대를 완성시킬 스태프들과의 호흡, 무대 상태는 말할 것도 없지.

그렇게 모든 역량을 무대에 쏟아내고는 탈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이틀 안에 갑자기 연주하라고 나오라니,

문화적으로도 이렇게나 무식한 정권이 있나.

무대에 선다는 게 동전 넣으면 띠리리 굴러 나오는 생수인 줄 아나?

최고존엄인 권력이 내리찍으면 딴따라는 무대에 끌려 나와서 춤추고 노래하는 노비라고 여기나?

대체 머릿속에 어떤 괴물이 똬리를 틀고 있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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