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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ug 25. 2023

크리스마스라는 축복

책을 기록함

 <크리스마스 캐럴>,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매일매일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줄을 잇는다.

기분이 몹시 울적한 이때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펼쳤다가 마음이  괴로워지고 말았다.

대출 기간까지 연장했으나 결국 처음 몇 장 읽은 상태에서 더 나가지 못하고 반납하고 말았네.


밝은 이야기가 필요해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골랐다.

이 책에는 찰스 디킨스가 해마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발표했던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이 작품 연구자의 서문과 함께 실려있다.



서양에도 유령이 있다.

우리나라 귀신처럼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이 구천을 떠돌다가 뜬금없는 사람 앞에 존재를 드러내 그날의 잔인한 진실을 폭로하기도 하고.

스크루지 영감 마음속에 숨어있던 착한 기운을 이끌어내는 유령처럼,

신의 심부름꾼인가 싶은 유령도 있다.

스크루지 이야기를 다시 읽자니 어릴 적 동화로 읽었을 때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비참과 불의가 미처 날뛰는 시궁창 같은 세상에서

작가는 비관하지 말자고,

포기하지도 말자고 우리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아무리 처량한 현실이라도 우리는 행복을 바라야 한다고,

올바른 세상을 꿈꾸면서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작가는 크리스마스를 사람들이 동심으로 돌아가 사랑을 회복하는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하며 집으로 향하고

떨어져 있던 가족들은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고 한자리에 모인다.

정성 들여 만든 맛있는 요리를 먹고 선물을 나눈다.

벽난로의 장작이 타닥타닥 타는 따뜻한 거실에서 가족들은 아이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책 속의 이야기를 읽거나 듣다가 왁자지껄 게임을 하고.

가족, 친지들은 물론 평소에 싫었던 사람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축복을 보낸다.

이 화목하고 행복한 시간에 읽히기를 바라면서 찰스 디킨스는 해마다 가족 모두가 읽을 만한 이야기를 썼던 것이다.


이야기는 현실이라기보다 간절한 기원이다.

아무리 인색하고 고약한 사람이라도 어디 한 구석에는 착한 심성 한 오라기는 살아 있겠지, 하는 성선설에 기반하여.

그 사람 앞에

순수했던 자신의 과거 어느 시점과

볼썽사나운 현재의 행태와 그래서 받게 될 미래의 비참한 결과가 눈앞에 펼쳐진다면,

착한 심성을 되찾지 않을까, 하는 가느다란 희망이 담긴 권선징악의 이야기.



작가는 자신이 불행하여 남에게 못되게 구는 사람의 속마음을 설명하면서,


세상의 모든 것들은 악과 맞서 싸우며, 어쨌든 그런 세상이 좋은 세상이자 살 만한 곳이라고 결론을 내렸다.(50쪽)고 말한다.

그러니까 티 한 점 없이 온통 선하고 행복하기만 해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쳐들어오는 악에 굴하지 않고 싸워서 우리의 선함을 지켜내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고.

우리는 마땅히 선함을 위해 싸우는 전사여야 할 것이라는 말씀.


그렇다.

행복은,

좋은 세상은,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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