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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Sep 08. 2023

손쉽게 차려먹은 아침밥, 43편, 살 만해졌다

아침을 맞이하는 의례

한낮에는 볕이 쨍쨍하지만,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시원해졌다.

아무리 기승을 부린 들,

더위도 추위도 때가 되면 물러난다.

고난의 날도, 영광의 날도 언제까지고 머물지는 못하지.


폭염이 가시니 입맛부터 달라진.

더울 때는 산뜻한 맛만 찾았는데 이제는 묵직하고 든든한 음식이 입에 당기기 시작했다.

어젯밤에 자려다가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나와서

계란 삶고,

감자와 당근은 껍질을 벗겨 깍둑썰기해서 밀폐용기에 담아두었다.



아침에 방을 나와 미지근해진 보리차 한 컵 먼저 들이켜고요.

작게 자른 당근과 감자는 도자기 용기담아  몇 방울 떨어뜨려 전자레인지에 왱, 돌려요.

마요네즈에 레몬즙, 후춧가루를 넣어 휘휘 저어서

그 위에 삶은 계란, 얇게 저민 사과, 채 친 양파, 양배추를 얹어 잘 비비고요.

덩어리 고다 치즈는 먹을 만큼 잘라서 샐러드 옆에 얌전하게 안착.


그러니까 전자레인지에 익힌 깍둑썰기 감자와 당근에 올리브유를 조금 뿌리고.

마요네즈 드레싱에 버무린 샐러드와

고다치즈 작은 조각이 오늘의 아침밥입니다.

천천히 먹고요,

디카페인 커피, 좀 진하게 내려서 반 잔 마시고.

포도 1/4 송이쯤?



배부르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어느새 금요일.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도 되는 겁니까?


하도 세상이 어지러워서 내 마음이나 즐겁자고 소설을 빌려왔는데,

아, 소설 속 인생도 쉽지 않아요.

마음이 막 흐트러지는 느낌.

시련은 물 밀듯이 밀려들어 잘 살아보려는 의욕을 무너뜨리고.

망연한 시선으로 현실 저쪽에 시선을 던진 소설 속 인물들을 상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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