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을 먹는데 불만이 전혀 없다.
거의 집에서 밥을 해 먹는 나는,
내 먹고 싶은 대로,
내 속도 대로,
내 일정에 따라 밥을 먹으니 세상 마음 편하지.
그런데 가끔 혼자라서 곤란할 때가 있다.
주로 분량에 관한 문제다.
대식가가 아니라서 내가 먹을 수 있는 분량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시중에서 팔리는 식재료들은 대개 4인 가족을 상정해서 소분해 놓은 것들이고.
그러니 뭘 하나 사면 남들보다 4배 정도는 오래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음식을 줄곧 먹지 않는 입맛이라,
그러니 두어 가지 메뉴를 번갈아 먹는다면
각각의 식재료를 샀을 때 얼추 열흘 이상이 지나야 식재료를 소진할 수 있다는 계산이겠다.
물론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하여간 여러 가지 식재료를 구비하면 다 먹을 일이 걱정인 형편이다.
식재료만이 아니다.
양념 종류가 더 문제다.
기름 종류는 오래되면 좋지 않다는데,
요리를 제대로 하려면 다양한 기름 종류가 필요하다.
참기름, 들기름, 식용유로 쓰는 현미유, 샐러드드레싱에 쓰는 올리브유를 갖고 있는데.
모두 적은 용량으로 사 쓴다.
곧 들기름이 떨어질 예정이지만 들기름이 꼭 필요한 요리를 할 때까지 들기름은 한동안 쉴 생각이다.
다른 기름 먹기도 바쁘거든.
몇 가지 종류가 있는 간장도 그렇고,
굵고 가늘고 섞고 등등 종류 다양한 소금도 마찬가지.
마늘도 사용 기간이 다소 긴 껍질 벗기지 않은 통마늘을 소량으로 파는 가게를 찾아 헤매고.
양파는 대용량이 싸지만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주머니를 집었다.
냉동식품도 예외는 아니다.
물만두, 교자만두, 김치만두, 채식만두...
모두모두 갖추고 싶지만 현실은 한 번에 한 가지만.
소고기도 국거리, 불고기감, 갈빗살 모두 갖추고 싶으나 그저 무난한 불고기감을 주로 살 뿐이며.
돼지고기 수육을 먹고 싶은데 냉동실에 있는 대패삼겹살을 모두 먹은 뒤에나 순서가 오겠다.
사실 생협에서 감자 5kg짜리 상자를 저렴하게 팔기에 낑낑거리며 사들고 왔다.
그래서 맛있는 감자를 매일 먹고 있습니다만,
후, 언제 다 먹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