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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r 14. 2020

쉬운 밥, 어려운 밥

음식에 관한 단상 17

코로나 19 덕분에 엄마들 요리 솜씨가 일취월장이란다.

밖에를 못 나가고 아이들과 집에만 있으니

식구들 세끼 밥 해 먹고 치우느라 부모님들 고생이 많다.

힘들어도 이 시기를 잘 지내고 나면 가족이 함께 집에서 복닥거리며 하루 세끼 해먹은 날들이, (코로나 19의 혼란을 덮고) 좋은 추억으로 남겠지.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다 보면 요새는 남녀 불문 음식 만들기에 관심이 있고,

가벼운 밥상 정도는 차리나 보더라.

경제적 자립이 다가 아니다.

일상생활을 스스로 해나갈 수 없다면 자신의 생활을 누군가에게 기대야 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삶을 살기가 어렵다.

그런 면에서 경제적 자립과 독자적인 의사 결정,

스스로 청소하고 세탁하며 밥상도 차릴 줄 아는 생활의 자립 능력을 갖춘 요새 사람들은,

진정 독립된 개인으로 살 수 있겠다.



그렇게 모든 일을 혼자 다 하게 되니 바쁘고 피곤하다.

손쉬운 음식으로 한 끼 때우는 일이 잦아진다.

손쉬운 데서 그치지 않고 자칫하면 대충대충이 된다.

그래서 음식을 자주 하는데도 늘 초급이라는 좌절을 느끼면서 잘해보려는 의욕마저 잃게 된다.

한 단계 뛰어올라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기억의 왜곡 인지도 모르겠지만 나 어릴 때 우리 집만이 아니라 양가 할머니들 따라 친척 집에 갔을 때도,

(그때는 여자 혼자 외출하는 걸 꺼렸던 것 같다.

아이라도 하나 데리고 나가셨는데,

그 동반자로 내가 자주 뽑혔다.)

밥상에 오른 반찬들은 입에 들어가기 좋게 작고 얌전했었다.

재료를 잘 썰면 솜씨가 더 좋게 느껴진다.


적절한 크기의 음식은 먹기에도 편할뿐더러 재료에 양념이 잘 스며들게 한다.

나는 우리나라 음식 특징 중 하나가 재료에 간이 잘 배어 만들어지는 조화로운 맛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양념을 뿌리거나 단순히 버무려만 먹는데 말이지.

우리나라가 치킨 왕국이 된 데는 이런 전통적인 조리법이 바탕이 된 게 아닐까?



예전보다 음식이 투박해졌다.

서투른 솜씨와 바쁜 칼질이 그 이유로 보이는데,

속이 넘치고 크기만 한 요새 김밥을 보면 예전의 그 날씬하고 반듯반듯한 김밥이 그립다.

시간이 곧 돈이다 보니 식당에서는 짧은 시간에 재료를 대충 자르고, 얼른얼른 음식을 만든다.

그런 음식에 익숙해져서 집에서도 따라 하게 되나 보다.

무엇보다 예전보다 직접 음식을 하는 절대적인 시간과 숙련이 부족하니까,

고급한 칼질과 세심한 기술이 모자라겠지.

완성도가 떨어지는 음식을 먹는다.



그런 반면에 음식 모양으로 승부하는 분위기도 있다.

특히 어린이 도시락.

의욕 충만한 엄마들이 아이를 기쁘게 해 주려고 작은 소시지에 여러 재료로 만화 캐릭터들을 만들어 내는데 재주와 정성이 대단하시다.

일단 감탄과 찬사를 보냅니다만,

소시지 같은 인스턴트 식재료를 많이 쓰는 건 좀...

맛도 모양만큼은 아닐...



코로나 19  시대에 한 마디 덧붙인다면,

밥상 차림에도 신경을 쓰면 좋겠다.

반찬통들이 주르르 식탁에 올라 저마다의 젓가락이 들락날락하다가,

남은 반찬 그대로 냉장고에 갔다 다시 나오는 상차림은 .

먹을 만큼 꺼내 각각 접시에 덜고,

국물 음식은 각자 덜어 먹기로.

설거지 거리가 더 나오니 귀찮겠지만

상을 잘 차려내면 고급 식당에서 대접받는 기분도 들고.

혹시 모를 전염병 방어에도 도움이 된다니.


이참에 바꿔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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