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차는 달려가고 Mar 13. 2020

부엌에서 얻은 실전 경제

음식에 관한 단상 16

부엌에서 직접 살림을 해보는 경험은 중요하다.

특히 나처럼 널뛰기하는 재정 상황에서 살림을 하다 보면 내가 생활에서 뭘 지키고, 뭘 덜지,

곰곰이 생각할 기회가 된다.

그 취하고 더는 것은 전적으로 경제 상황을 따르는 것 같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결국은 본인의 가치관과 취향이 더 결정적인 것 같더라.

같은 돈이라도 쓰이는 용도가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

내가 계산은 잘 못하는 사람인데

살림을 하다 저절로 알게 된 부엌 경제 몇 가지가 있었다.



짠맛을 내는 데는 소금이 싸다.

간장은, 특히 좋은 간장은 가격이 나간다.

하지만 둘의 짠맛은 결이 다르다.

소금으로 간을 해서 되는 음식이 있고,

감칠맛이 있는 간장을 넣어야 맛이 나는 음식이 있다.

둘 다 쓰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미역국처럼.

또 소금도 천일염, 굵은소금, 가는소금, 함초소금...

맛과 기능이 다르다.

서양 음식은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기 때문에

간장의 감칠맛 나는 짠맛에 익숙한 우리 입맛에는 '그냥 짜다'는 감각으로 느껴질 때가 있는 듯.



김장은 꽤 비용이 드는 행사다.

주재료인 배추 값도 작황에 따라 가격이 널뛰기를 하지만,

고춧가루가 값나가는 양념이다.

(그래서 고추장이 된장보다 비쌈.)

거기에 젓갈, 생선, 새우 같은 부재료를 넣어

한꺼번에 많이 하지 않는가?

그러니 수고뿐만 아니라 목돈도 들어가는 일이다.

집에도 김치는 상비 품목이고,

음식점에도 으레 김치가 따라 나오니 김치는  흔한 음식으로 생각하지만,

직접 김치를 담가보면 비용이나 수고로움이나 만만한 음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재료가 음식 맛의 반은 차지한다.

덜 좋은 재료로 아주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금손도 계시겠지만.

보통의 조리사라면 좋은 재료를 써야 음식도 쉽게 하고 맛도 좋다.

음식 재료에 제값을 쳐주자.

싸게 사서 좋은 것은 철 지난 옷 정도?

식료품은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라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와 정당한 가격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보통들 장 볼 때 가격에 민감하다.

더 싸게 파는 것을 찾아내는데 시간과 발품을 팔지.

그러나...

그렇게 사서는 냉장고에서 화석을 만들면 말짱 도루묵.

좋은 재료 제값 주고 사들여 싱싱할 때 음식 해서 맛있게, 남기지 않고 싹싹 먹어치우는 게 제일 경제적인 거다.



주부들이 많이 찾는 커뮤니티에는 한 달 식비 얼마나 쓰세요? 하는 글이 종종 올라오더라.

그 답은 천차만별이다.

당연하죠.

먹는 습관이 사람마다, 집집마다 얼마나 다르게요.

그래도 묻게 되는 것은 이달 식비 지출이 과하다 싶으면 내가 살림을 잘못해서 그런가,

하는 자책이 들어서 겠지.

생활이 방만하면 돈이 술술 새 나간다.

살림은 고도의 두뇌활동과 실행력, 자제력 등 다양한 재능을 요구한다.

정신줄 단단히 붙잡고 가족의 반응을 살피며 상대방을 보살피자.

서로를 위하고 배려해야 살림의 결과물이 좋다.

가족이 서로 위하고 아껴 사이좋은 것만큼 경제적인 게 또 있을까?



살림 열심히 해야 표도 안 나고 알아주지도 않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대충 하면 딱 표가 난다.

무엇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최선을 다해 의욕적으로 하면 내 마음이 뿌듯하다.

그거면 된 거 아닌가여?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에게 기대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