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짐, 짐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다는 아니더만,

거의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이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시기에,

나는 건강 문제로 집콕 중이다.

의욕도 사그라들어 종종 울적한 기분에 빠진다.

족쇄에 묶인 기분이랄까,

누군가에게 이젠 풀려날 때가 되지 않았나요?

묻고 싶어 진다.


좋은 점도 있다.

그동안 나는 엄마랑 '이세계' 에서 살았구나.

어머니와 서로 의지했던 시간에 감사하면서,

다른 이들이 겪는 외로움과 막막한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살살 짐을 정리해보려 한다.

이사할 때마다 정말 많이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버릴 것이 많더라.

이걸 왜 여태 끌고 다니는 거지? 생각해보니.

내가 물건을 잘못 샀다,

쓸데없이 돈을 썼다는 오류를 인정하기 싫어서.

언젠가 쓸 일이 있다고 우기는가, 싶다.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시기 별로 내가 무엇에 정신 팔려 있었는지,

무슨 꿈을 꾸고 있었는지, 기억이 난다.

요리를 잘하고 싶어서 그릇과 도구를 사 쟁이고.

캠핑에 홀려서 (가지도 못하면서) 캠핑용품을 사 모으고.

음악 관련, 종이책은 거의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잔재들이.

옷이, 신발이, 가방이...


가구나 그림도 잘 어울렸던 그 자리를 떠나면,

그저 부담스러운 짐이 된다.

결국 상당수의 물건은 필요가 아니라 내 마음의 물질적인 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 물건이 있다.

생전에 거의 다 정리하셨는데,

그래도 당장 쓰시던 물건이 있고.

가족들과의 추억 때문에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자식들이 선물한 자질구레한 것들.

나는 함께 사니까 어머니에게 딱 맞는 물건을 알지만.

다른 자식들은 잘 모르니까 자신들이 생각할 때 좋은 것을 선물했겠지.

어머니는 쓰지 않은 그것들을 고이 쌓아 두셨더라.


또 어머니 취미와 관련된 것들.

음식에 관한 책, 스크랩들.

한때 열중하셨던 한국 매듭의 재료들.

바느질 관련 실, 바늘, 옷감, 가위들.

한지, 색지, 여행지 기념품, 휴.



내가 가고 나면 생판 모르는 남의 손에 쓰레기장으로 직행할 물건들.

잘 정리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필요한 물건이 있으니,

참 곤란한 문제다.


그래도 자꾸 늘어나고 쌓이는 물건들.

번쩍번쩍 나를 유혹해 지갑을 털게 했던 그 물건들이

빛바랜 천덕꾸러기 짐 더미가 된 현실에 종종 직면해야 한다.

사들이기 전에 몇 번이고 더 생각하시라고.


아니 그것만이 아니라

개인 심리의 물질적 표상화를 부추기는 이 사회체제도 한번 곰곰이 따져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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