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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Nov 06. 2023

과일 가게 아주머니와 나눈 이야기

끄적끄적

한참 전에 사놓고 꽤 남아 있는 온누리상품권을 써보자, 싶었다.

그래서 과일 사러 재래시장으로 갔다.

늘어선 가게마다 빛 좋은 과일들이 그득그득 쌓여 있는데 지나가는 손님은 없네.

가게 주인들도 의욕을 잃었는지 가게 깊숙이 들어앉아 움직이지 않으셨다.


눈으로 훑으면서 가게들을 지나치다가 어느 가게 앞에서 과일을 들여다보려고 아주 잠깐 발을 멈췄는데,

머리카락 희끗희끗한 아주머니가 봉투 꺼내 들고 안에서 뛰어나오신다.

아우, 부담스러워라.

하지만 지나쳐가는 손님을 잡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봉투를 여는 동작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 성의 있는 분 물건은 팔아드려야 다,  생각이 들었다.



사과를 사고 휴대폰으로 결제하는데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시길,

과일 값이 너무 비싸서 손님한테 팔기가 미안하시단다.

그래도 추석 때보다는 가격이 내려서 다행이라고 내가 대답하면서,

과일 값이 비싸 장사하시기 힘드시겠다고 위로하자,

알아줘서 고맙다고, 너무 힘들다 말씀하시네.

가게 주인도 힘들고, 소비자도 힘들고,

그렇다고 농사짓는 분들이 돈 버는 것도 아니고,

모두모두 힘들다고 말했더니.

정말 과수원 하시는 분들 고생 많이 하신다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씀하시더라.

그렇게 과일가게에서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는 훈훈한 대화를 나누었다.

물건 많이 파시라고, 진심으로 인사하고.

가게주인도 활짝 웃으시며 또 오시라, 화답하셨다.


힘든 시기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문제의 원인은 분명히 밝히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동시에.

질곡에 빠져 모두가 힘든 이 상황에서,

서로의 사정을 알아주고 위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힘들고 어려운 게 아닌데,

문제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아무나 만만한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자신의 무능과 실책을 가리는 사악한 모사꾼 권력자에게 놀아나서 엄한 대상에게 화풀이하기가 쉽다.

정신 차리고 고난의 시기를 잘 넘어가야겠다.


모두모두 슬기롭기를.

어려운 시기,

누구도 정정당당한 자신을 포기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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