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차는 달려가고 Nov 29. 2023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

끄적끄적

오늘 아침은 쇼팽의 피아노곡들로 행복했다.

섬세하고 잔잔하며 평화로운 그의 음악을 듣노라니 마음이 아름다움에 젖어드는 기분이었다.

퐁퐁,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샘물이 솟아나듯이

피아노 건반에 연주자의 손이 닿으면 아름다운 선율이 유려하게 흘러나왔다.

연주자들의 연주가 훌륭해서 그렇겠지만 

이 곡들을 작곡한 쇼팽이 아니었다 연주자들의 재능은 발휘될 수 없는 거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쇼팽은 어릴 때부터 천재라고 그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음악적 여정도 인생도 건강도 사랑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상당히 수줍고 내향적인 사람이었다는데,

섬세한 성품으로 음악인으로 살아가느라 타지를 떠돌며 대중 앞에 서서,

이모저모를 시도하고 좌절하고 힘겨워하는 우여곡절의 시간을 살아야 했다.

그렇어려운 시간을 살아내면서 이토록 곱고 어여쁜 선율을 만들어 냈으니,

고통이 인간성을 황폐하게 만든다, 는 말이 항상 성립되는 건 아니다.

어쩌면 내가 빠져있는 고난에서 나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내 안에 있는 순수하고 고운 마음을 필사적으로 지켜내고 키워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아름다움은 현재의 상황을 뛰어넘어 내 안에 있는 아름다운 마음에서 나오는 거다.

시커먼 아궁이 속, 잿더미에서 불씨를 지켜내듯이

내 안의 아름다운 마음은 반드시 지켜내야지.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다.



힘들 때,

더, 더, 더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듣고 만져야 해.

암담할 때,

우리는 온 힘을 다해 빛으로 다가가야 해.

아름다움은 저절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쓰고 공을 들여 키워내는 거랍니다.

거칠고 험한 것들은 내게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그 황폐함을 너끈히 품을 수 있을 때가 아니라면,

내면의 증오와 원망이 외부의 그것들과 마주쳐서 증폭될 수 있거든요.



여담으로,

쇼팽은 항상 단정한 차림새였다고 한다.

건강이 몹시 악화되어 몸을 가눌 수 없는 형편에서도 꼭 면도를 하고 옷을 깔끔하게 갖춰 입었다고.

세수도 제대로 하지 않고 집에서 뒹구는 이 몸이 문득 부끄러워지는 순간 ㅠ

매거진의 이전글 해님이 주신 선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