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차는 달려가고 Jun 08. 2024

할머니들 옷차림

끄적끄적

노년의 상징이라는 백내장수술!

나도 했다.

작년에 안과에서 백내장이 시작됐다는 진단에 약간 충격이 있었다.

아니, 노인들 눈에 나타난다는 그것이 내게도?


생각해 보니 그럴 때가 됐더라.

나이가 그렇고,

평생 자잘한 활자를 붙들고 살았으니 눈을 혹사시켰다.

올봄에는 시력이 급격히 떨어져서 수술을 미룰 수가 없었다.

눈은 내 신체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온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

무사히 수술받았으니 순조롭게 회복되어 세상이 잘 보이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안과에 자주 간다.

내가 수술한 병원이 노안, 백내장수술 전문이라 노인 환자가 많은데,

검사받느라 기다리고 진료받느라 또 기다리면서 대기실에 앉아있는 노인들 패션을 저절로 감상하게 된다.



생머리에 맨얼굴로 나다니는 건 나뿐인가 싶다.

다들 고불고불한 파마머리에 아침부터 화장 곱게 하시고.

반지, 목걸이도 착용하시고.

티셔츠에 면바지나 스커트 차림새인 나와 달리 옷도 잘  차려입고들 나오신다.

그런데 타일이 비슷하다.

크거나 작거나 상관없이.

주로 가리신다.

안에는 여름옷을 입고 얇고 긴 조끼나 무릎까지 오는  블라우스를 반드시 덧입는 차림이라든가.

(좀 생뚱맞은 스타일임)

단색이 아니라 무늬가 있는, 그러나 전체적인 색조는 칙칙한 정장 비슷한 옷이거나.

간혹 겹겹이 겹쳐 입은 야광색상의 등산복 차림이 있다.


이해는 합니다.

나도 뱃살이 붙으면서 상체 덮는 옷을 찾게 되더라.

그러니까 자꾸 뭔가를 덧입어서 퉁퉁하게 붙은 살을 가리고 싶은 마음인 거다.

날씬이 표준이 된 사회분위기라서 몸매를 최대한 가리자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노인 세대 대부분은 젊었을 때 자기 스타일을 확립할 만큼 차림새에 비용을 쓸 수 없었다.

두어 벌의 옷으로 한 계절을 보냈다.

지금처럼 옷이 흔하고 값싼 시절이 아니었다.

결혼해서 자식들 키우고 집 장만하는 동안에는 말할 것도 없지.

엄마들 실내복이 자녀들 중고등학교 체육복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자식들 다 키우고 생활이 안정되면서 옷도 사고 화장품도 이것저것 갖추게 됐는데.

뭘 사서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는 거다.

주변 사람들 입는 대로 따라 입으시겠지.

그래서 비슷하게 보여야 안도감이 드는 거다.



지금 젊은 세대는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차림을 찾아낸 멋쟁이들이라서,

신체 변화가 크지 않으면 지금 차림새로 평생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내가 20대에 입었던 옷 스타일을 60대가 된 지금도 입을 줄을,

20대 때 예상이나 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옷은 어렵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